편의점, 코로나19 이후 핵심 유통채널로 자리잡아
PB 상품에 배달 서비스까지… 가전·골프·패션 등 품목 확장
국내 시장은 좁다… 이제 해외에서 경쟁

서울 시내 근접 거리에 위치한 편의점 매장.

전국 편의점 수가 2019년 기준 4만3000개를 넘어섰다. 인구 1200여명 당 1개 수준이다. '편의점 왕국'이라고 불리던 일본은 인구 2250명 당 1개다. 인구 대비 편의점 개수를 따졌을 때 한국이 일본보다 2배 이상 많은 셈이다.

골목 곳곳에 자리잡은 편의점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근접 유통 채널로 역할이 커지고 있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대한 규제가 계속되자 유통 기업들은 편의점 사업에 힘을 더 쏟고 있다.

'편의점 상품은 비싸다'는 편견은 옛말, 편의점별로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선보이면서 가성비를 실현했다. 1+1’은 기본, 이젠 배달로 편의점 제품을 집에서 받아볼 수 있다. 곰표 맥주, 토트넘 패딩조끼, 캠핑카 등 다른 유통채널에서는 볼 수 없는 각종 아이디어 상품도 편의점에서는 만날 수 있다.

◇ '탑2' GS25·CU… 바짝 쫓는 세븐일레븐과 다크호스 이마트24

국내 편의점 시장이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놓고 BGF리테일(282330)이 운영하는 CU와 GS리테일(007070)이 운영하는 GS25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고, 그 뒤를 세븐일레븐이 바짝 뒤쫓고 있다. 편의점 시장에 늦게 진입한 이마트24는 ‘이마트’라는 강력한 브랜드를 앞세워 다크호스로 자리 잡았다.

2018년까지 국내에서 가장 많은 매장을 갖고 있던 편의점은 CU였다. 하지만 2019년 연말 GS25가 1만3918개의 매장을 보유하며 CU(1만3877개)를 앞질렀다. 점포 매장 수 격차는 불과 40여개. 올 연말이면 또 순위가 뒤집힐 수 있는 수준이다.

편의점 업계 탑3로 통하는 세븐일레븐은 올 상반기 기준 1만241개의 매장을 갖고 있다. 이마트24의 매장 수는 4899개(2020년 상반기 기준)로 세븐일레븐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친다. 하지만 매장 확장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탑3 편의점은 전년 대비 점포 수가 2~5% 늘어난 반면, 이마트24는 20% 이상 늘고 있다.

실적 면에선 GS25가 가장 많은 매출과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 연말 기준 GS25는 6조8564억원 매출에 256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2위인 CU는 매출 5조9461억원에 영업이익 1966억원을 거뒀다. 세븐일레븐은 4조578억원에 422억원 영업이익을, 이마트24는 1조3545억원 매출에 28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마트24는 2017년 이후 내리 영업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아직 이마트24가 편의점 매장 수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생산·물류에 있어서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점포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마트24의 매장 증가 속도가 타 업체에 비해 빠른 이유이기도 하다.

CU 가맹 본부 직원이 가맹점주와 상담을 하고 있다.

◇ 신규 출점은 '하늘에 별따기'… 계약 끝난 가맹점주 잡아라

2018년 편의점 가맹본부 6곳은 '편의점 산업의 거래 공정화를 위한 자율규약'을 체결했다. 다른 브랜드의 편의점이 있는 곳은 신규 출점을 신중히 결정하자는 내용의 자율 협약이었다. 사실상 근접 거리 출점을 하지말자는 상호 간의 약속이었다. 근접 거리 기준은 '담배 소매인 지정거리'로 삼았다. 지자체가 담배를 팔 수 있는 소매점 허가를 내주는 거리가 기준이다.

신규 출점이 어려워지자 업체들 사이에선 기존에 영업을 하던 자사 가맹점주는 지키고, 타사 가맹점주는 뺏어오는 경쟁이 치열해졌다. 가맹점주를 모셔오기 위한 당근도 다양해졌다. 저리 대출은 물론, 자녀 학자금 지원, 노무 상담은 기본이 됐다.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 사고로 인한 영업 중단 사태에 편의점 본사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가맹점주를 지키기 위한 영업 활동의 일환이다.

가맹점주 모시기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이마트24다. 이마트24는 기존 업체들과 다른 가맹점 수익 배분 모델을 갖고 있다. 탑3 편의점이 가맹점과 본사가 수익을 일정한 비율로 가져가는 '매출 비례형 모델'을 운용하는 반면, 이마트24는 '월회비' 방식을 채택했다. 가맹점주가 일정금액 월회비만 납부하면 나머지 수익은 모두 가맹점주가 가져가는 방식이다. 매출이 많은 가맹점주라면 귀가 솔깃해질 수 밖에 없다.

이마트24X스무디킹 매장.

최근 들어선 한 매장에서 두 개 프랜차이즈를 운영해 수익을 증대할 수 있는 복합매장 사업 방식을 선보였다. 음료 프랜차이즈인 스무디킹과 협업해 '이마트24X스무디킹' 매장을 선보인 것. 매장 오픈에 들어가는 투자금을 줄이면서도 추가 수익을 낼 수 있게 한 모델이다. 코로나19 늘어난 '홈술족'을 겨냥한 '주류특화 매장'도 이마트24의 새로운 사업 모델이다. 다양한 와인과 위스키, 리큐르 등을 진열해 매출을 극대화했다. 지금까지 출점한 주류특화매장은 2200여곳에 이른다.

GS25는 '장수 계약 가맹점주' 지원 정책이 다양하다. 매장을 오래 운영하고 있는 가맹점주들에겐 가족과 함께 받을 수 있는 건강 검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가맹점주를 대상으로 하는 해외 연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GS25 본부 각 부서의 전문가들이 팀을 이뤄 점포의 매출 잠재력을 분석한 후 상품 구색과 레이 아웃, 장비 추가 설치 등 경쟁력을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스토어 리노베이션 활동'도 반응이 좋다. 신규 출점 매장에 대해선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의 폐기 비용을 100% 지원하는 방식으로 '뉴비 가맹점주'의 판단 착오로 인한 영업 손실을 보전해주고 있다.

CU 역시 가맹점에 대한 복지 정책 지원이 확실하다. 해외 연수, 복지몰 운영, 법인 콘도 지원 등을 제공한다. 가맹점주 가족에 대한 웨딩 서비스와 산후도우미, 요양서비스 할인 혜택도 보장한다. 올해부터는 노무·법률·세무 상담 서비스도 도입했다.

CU는 매출 이익에서 점주가 가져가는 배분율을 65%에서 80%로 상향 조정해 가맹점주의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점포 수익금이 일정 기준에 못 미칠 경우 가맹본부가 차액을 보전해주는 초기 안정화 제도도 당초 1년에서 2년으로 확대했다.

세븐일레븐은 2018년부터 1000억원 규모의 상생 펀드를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경영주가 매장 운영자금이 필요해 대출을 받을 경우 대출금리 1.44%포인트 감면 혜택을 제공한다. 매장 형태도 '시그니처' '푸드드림' 등 입지에 따라 다르게 차별화할 수 있는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작년 7월 선보인 푸드드림은 다양한 생활 먹거리와 쇼핑 공간에 특화한 프리미엄 편의점 모델이다. 1인 가구와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일 평균 매출이 일반점포 대비 66.5% 많다.

세븐일레븐 푸드드림 매장.

◇ 세계로 뻗어가는 'K편의점'

국내 편의점의 해외 진출도 빨라지고 있다. BGF리테일은 말레이시아 기업인 마이뉴스홀딩스와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말레이시아 시장에 도전한다. 내년 상반기 1호점을 열고 5년 내 신규매장 500개 이상을 오픈할 계획이다.

마이뉴스홀딩스는 1996년부터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마이뉴스닷컴'이라는 이름의 편의점을 운영해오고 있다. 점포 수는 600여개로, 세븐일레븐에 이어 현지 2위 업체다. 마이뉴스홀딩스는 세븐일레븐을 따라잡기 위해 CU와 손을 잡았다. 마이뉴스닷컴은 신규 매장 뿐만 아니라 기존 점포도 CU 브랜드를 사용할 방침이다. 한국의 편의점 시스템을 도입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게 마이뉴스홀딩스의 구상이다.

CU의 해외 진출은 2018년 몽골에 이어 두 번째다. 몽골에서 CU는 편의점 업계 1위에 오른 상태다. 최근엔 GS25도 몽골 시장에 뛰어들었다. GS리테일은 지난달 8일 몽골 재계 2위 기업인 숀콜라이그룹과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몽골 시장 도전장을 냈다.

베트남 현지 GS25 매장 앞에 설치된 '편의점 샛별이' 포토박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베트남 현지인.

GS25는 앞서 2018년 베트남에 진출해 현재 76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베트남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GS25는 2028년까지 매장을 2000개 이상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탤런트 지창욱과 김유정 등이 출연한 드라마 '편의점 샛별이'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GS25가 제작 지원한 이 드라마는 방영 직후 베트남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다. 드라마를 통한 홍보 효과로 베트남 내 GS25 매장의 매출은 20~30% 늘었다고 GS25 관계자는 전했다.

외국 브랜드로만 알려져 있는 세븐일레븐 역시 PB 상품을 해외에 수출하며 K편의점의 상품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 국내에서 세븐일레븐을 운영하고 있는 코리아세븐은 2015년 '세븐일레븐 말레이시아'에 PB 과자와 김 등 국내 상품을 수출하며 편의점 PB 수출 시대를 열었다. 이듬해인 2016년엔 하와이 세븐일레븐에 진출했고, 같은 해 11월엔 대만에도 상품을 수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