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미드타운 우체국 건물 통째로 빌려
아마존, 백화점 건물 인수...애플도 빌딩 통임차
'코로나 역설' 기술기업 몸값 올라 'IT 허브' 입지도 ↑

미국 대형 IT(정보기술) 기업들이 뉴욕 맨해튼에 업무공간을 대폭 늘리기 위한 사무실 확보전에 뛰어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기업들의 재택근무가 확대되고 도심 사무실 공유화 등 전통적인 근무형태가 큰 변화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은 오히려 거꾸로 가는 셈이다.

13일(현지 시각)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루즈벨트 호텔 앞 도로에 차들이 지나가고 있다.

13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최근 맨해튼 미드타운 펜실베니아 역 인근 옛 우체국 건물인 제임스 A. 팔리 빌딩을 통째로 임차했다.

건축한지 107년 된 이 건물의 규모는 6만7819㎡로, 페이스북의 현재 사무공간의 3배에 달한다. 지난해 말에는 지역 내 랜드마크로 떠오른 '허드슨 야드' 소재 빌딩 3채를 빌렸다. 이들 건물 규모만 13만9354㎡다.

아마존은 올해 8월 맨해튼의 옛 로드앤테일러 백화점 건물을 약 10억달러(약 1조1500억원)에 사들였다. 사측은 이 건물에 20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도록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아마존이 뉴욕에 보유한 업무용 빌딩 8개 중 대부분은 맨해튼 중심부에 있다. 최근에는 '아마존 뮤직' 팀을 위해 브루클린 수변 공간을 빌리면서 맨해튼 외곽으로 영역을 넓혔다.

IT 기업 중 뉴욕에 가장 먼저 첫발을 내디딘 구글은 19년이 지난 현재 뉴욕에 네 채의 건물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직원 규모만 7000명이 넘는다. 특히 2022년까지 맨해튼에 15만8000㎡ 규모의 '구글 허드슨 스퀘어'를 조성하겠다며 이미 10억달러가 넘는 돈을 투자했다. 구글은 향후 10년 동안 맨해튼을 중심으로 뉴욕에서만 1만2000명 이상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애플은 제임스 A. 팔리 빌딩 인근 아트 데코 타워에 2만400㎡ 규모의 사무 공간을 빌렸다. NYT는 애플과 아마존, 페이스북이 올해 맨해튼에서 신규 매입 또는 임차한 사무 공간이 약 14만8645㎡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또한 구글·아마존·애플·페이스북이 올해 맨해튼에서 약 2600명의 인력을 추가로 고용하고 인력 규모를 총 2만2000명으로 확대했다고 전했다.

IT 공룡들의 이같은 '맨해튼 거점' 강화 현상은 역설적으로 코로나 대유행과 연관이 있다는 게 외신의 분석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언택트(untact·비대면) 생활 방식으로 기술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졌고, 그동안 'IT 허브' 역할을 해왔던 이 지역의 상징성과 중요성이 더욱 견고해졌다는 것이다.

NYT는 "거대 IT기업들이 맨해튼 거점을 강화하고 미드타운 내 진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면서 "코로나 사태로 맨해튼의 많은 사무실이 텅 비어가고 미래에 대한 근본적 의구심을 갖게 하는 상황에서도 맨해튼은 미 동부의 기술 심장부로 살아남을 것이라는 기업들의 강한 믿음이 배경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이들 기업의 경영진은 다양성과 접근성, 대학 등 교육시설을 갖춘 뉴욕이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여전히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도시'로 남을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면서 "비대면 사회에서 기술 기업의 몸값과 중요성이 높아질수록 '기술 허브'로서 뉴욕의 입지도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업용 부동산 업체 CBRE에 따르면 올해 3월 코로나 사태 여파로 대기업의 탈(脫)도심 현상이 나타나기 이전까지 맨해튼을 포함한 뉴욕의 IT분야 인력은 15만여명으로 조사됐다. 10월 현재 맨해튼 시내 185만8000㎡의 사무 공간 중 오프라인 사무실로 출근하는 비율은 약 12%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