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전통상업보존구역 범위를) 10km 정도만 하려고 했다. 20km는 과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8일 국회에서 진행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이 자신이 대표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과 관련한 비판 여론에 대해 입을 열었다.

김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전통상업보존구역 범위를 현행 기존 반경 1km에서 20km로 확대하고, 대규모 점포 개설을 기존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변경하자는 내용이다. 논현동 영동시장을 기준으로 반경 20km면 북쪽으로는 의정부, 서쪽으로는 김포공항, 동쪽으로는 하남, 남쪽으로는 의왕시까지 이른다.

개정안대로라면 사실상 서울 시내엔 복합쇼핑몰이나 대형마트가 입점할 수 없게 된다. 비단 서울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전국 방방곡곡의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반경 20km를 그리면 대형마트가 입점할 수 있는 지역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김 의원도 국감장에서 스스로 자신이 제출한 법안이 과도하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과도한 입법안이라고 해서 두들겨 맞고 있지만 아프진 않다"면서 "지방 소상공인들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을 공론화한 것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했다. 법안 발의의 목적을 공론화에 둔 것이다.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입법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법은 필요에 따라 개인과 기업의 자유권을 제한한다. 헌법은 이러한 자유권 제한이 과잉돼선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은 꼭 필요한 정도로만 제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유통시장의 축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이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유통 대기업들은 매장 철수 등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신규 일자리 창출은 커녕 있던 일자리도 사라질 처지다.

복합쇼핑몰과 대형마트를 지역 경제를 모두 먹어 치우는 '배스'로 바라보는 색안경을 벗어야 한다. 한국유통학회 연구에 따르면 대형마트가 폐점한 후 인접 상권의 매출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인접 상권이 낙수 효과를 봤다는 것이다. 스타필드나 롯데몰 등 복합쇼핑몰에 직접 입점한 소상공인도 적지 않다. 이들 역시 전통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소상공인과 다를 바 없다. 유통업계를 대기업과 소상공인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시각은 지금 현실과 맞지 않다는 얘기다.

소상공인을 살리겠다는 취지로 도입하는 규제 정책은 부작용이란 풍선효과를 가져온다. 이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겠다며 시행한 의무휴업일엔 온라인 쇼핑이 늘었다. 지방 경제를 지키겠다며 대형쇼핑몰 입점을 막자 지역 소비자들이 원정 쇼핑에 나섰다. 지금까지 나온 규제 정책의 결과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