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주연', 태양광 '중심 무대' 차지할 것
석유 수요는 정체기 돌입
여러 시나리오 고려한 변수 감안해야

코로나 사태에 대한 세계의 대응은 향후 수년간 에너지의 미래를 재구성할 수 있다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망이 나왔다. IEA는 오는 2030년 석유 수요가 정점을 찍고 줄어드는 반면 태양광은 ‘세계 전력 시장의 새로운 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2일(현지 시각) 미 CNBC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IEA가 화요일 세계 에너지 전망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전망했다고 전했다. IEA는 무엇보다 이번 코로나 위기가 궁극적으로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IEA는 태양광이 세계 전력 시장의 새로운 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IEA는 "오늘날의 위기가 더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을 가져오기 위한 노력의 차질일 지, 변화의 길을 가속화하는 촉매제(catalyst)인지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운을 뗐다.

또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이 계속 탄력을 받고 있지만, 세계가 탄소 배출량 ‘순제로(net-zero)’에 도달하려면 더 빠르고 과감한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재생에너지 ‘주연’, 태양광 ‘중심 무대’ 차지할 것

이 단체는 성명을 내고 "코로나 사태가 최근 역사상 그 어떤 사건보다 큰 혼란을 야기해 앞으로 수년간 지속될 상처를 남기고 있다"면서 "위기는 여전히 전개되고 있으며 세계의 에너지 미래에 대한 그 결과는 매우 불확실하게 남아 있다"고 언급했다.

IEA는 앞으로 재생(renewables) 에너지가 ‘주연 역할’을, 태양광은 정부지원 정책과 비용 감소에 힘입어 ‘중심 무대’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IEA의 임원인 파티 비롤은 "태양광이 세계 전력 시장의 새로운 왕이 되는 것을 보고 있다"면서 "오늘날 정책 설정을 토대로 내년 이후 매년 새로운 기록을 세우는 것이 궤도에 오르고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IEA는 석탄 수요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며 산업 혁명 이후 처음으로 2040년까지 석탄이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 미만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석유는 2030년 이후 수요가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팬데믹(대유행)에 따른 주요 경제 불확실성에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IEA는 또 코로나의 영향으로 올해 석유와 석탄 소비량이 각각 8%, 7% 감소하는 등 세계 에너지 수요가 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천연 가스 수요는 1930년대 주요 연료원이 된 이래 가장 큰 폭으로 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IEA는 신흥국으로부터의 성장에 의해 향후 10년간은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IEA가 올해 에너지 수요가 6%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한 지난 4월 이후 전망은 소폭 수정됐다.

◇ 여러 시나리오 고려한 변수 감안해야

IEA는 유동적인 변수의 수를 감안할 때, 한가지가 아니라 여러가지 다른 시나리오의 영향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명시된 정책 시나리오(stated policies scenario)’에 따르면 내년에는 코로나가 통제되고 2023년에는 에너지 수요가 위기 이전 수준으로 반등하며, ‘지연 회복 시나리오(delayed recovery scenario)’는 에너지 수요가 2025년까지 반등하지 않는 등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회복 둔화를 모델로 한다.

다른 두가지, ‘지속 가능한 개발 시나리오(sustainable development scenario)’와 ‘2050년까지 순배출량 제로(net zero emissions by 2050)’는 명시된 기후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단계의 개요를 제시한다. 전자의 경우 2070년까지 순제로 배출량이 달성되는 반면, 후자의 경우 공격적인 정책은 2050년까지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성장이 예상되는 유일한 에너지원으로는 재생에너지가 꼽혔다. 성장의 대부분은 태양광에서 발생하며, 그것은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새로운 석탄 및 가스 화력발전소보다 태양광이 더 저렴한 전력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명시된 정책 시나리오에 따르면 재생 에너지는 향후 10년간 전력 수요 증가의 80%를 충족하기 위해 궤도에 오르고 있다. 2025년까지 재생 에너지는 전기를 생산하는 주요 수단으로 석탄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보다 공격적인 정책이 채택되면 향후 5년 내외에 재생에너지가 훨씬 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됐다.

IEA는 "그러나 한 가지 장애물이 재생 에너지의 길을 막고 있는데, 낡은 전기 그리드(outdated electrical grid)가 바로 그것"이라면서 "충분한 투자가 없으면 그리드는 전력 부문의 변화에 있어 전력 공급의 신뢰성과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약한 고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석유 수요는 정체기 돌입

이 외에도 석유 수요는 ‘정체기(plateau)’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올해 초 코로나 사태로 인한 석유 수요 감소가 정유업계를 강타하면서 1년만에 거의 10년치 성장을 되돌렸다.

IEA는 2023년에 석유 수요가 다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올해 전체 수요는 지난해보다 하루 800만배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2030년까지 석유 수요는 상승할 것으로 보이는데, 대부분은 신흥국과 개발 도상국, 특히 인도에서의 수요 성장에서 비롯될 것으로 봤다.

반면 지연 회복 시나리오에서는 석유 수요가 2027년까지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IEA는 "코로나로인한 변화 중 일부가 재택 근무와 여행 제한 등 석유 수요에는 부정적이지만, 무엇보다도 대중 교통 혐오, SUV 차량의 지속적인 인기 등 일부 부작용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CNBC는 "IEA는 올해 초 석유 수요 감소로 유가가 급락하면서 장기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산업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면 향후 가격 변동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석유 생산에 의존하는 국가들의 가파른 경제적 결과에 주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또 "IEA는 어느때보다 일부 주요 석유 및 가스 수출국의 경제를 다양화하고 개혁하려는 근본적인 노력이 불가피해 보인다"면서 "세계가 필요한 속도로 배출량을 줄이려면 국제적인 (석유 수요) 조정도 필요하다고 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