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로 가족을 잃었다며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 사건에서 국가가 "피해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12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입구에서 열린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관련 국가배상 소송 1차 변론기일 경과보고 기자회견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베트남TF와 한베평화재단 등 관계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조상민 판사는 12일 베트남인 응우옌 티탄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3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 4월 응우옌씨를 대리해 소송을 제기했다.

민변은 "1968년 2월 12일 베트남 퐁니 마을에서 한국군 해병 제2여단(청룡부대) 소속 군인들에게 응우예씨의 어머니와 언니, 동생 등이 총격을 당해 숨졌다"며 "당시 8살이던 응우예씨와 그 오빠도 총상을 입고 장기간 입원 치료를 받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이어 "어떤 경우에도 무장 군인이 비무장 민간인을 살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확인하기 위해 소를 제기했다"고 했다.

민변은 이날 재판부에 원고 응우옌씨와 그 오빠의 진술, 또 이들이 거주하던 마을주민들의 진술, 당시 미군의 감찰보고서, 남베트남 군인들이 작성한 보고서, 그리고 당시 참전했던 한국군인들의 진술까지 증거가 총 5개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 정부 측은 "검증되지 않은 언론 보도나 피해자 진술만으로는 피해 사실을 믿기 어렵다"며 "원고 측이 미군 감찰보고서 가운데 유리한 부분만 제출했으며 오역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취지의 준비서면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또 응우옌씨 가족에 대한 살상이 민간인 학살이 아닌 교전 중 발생한 사고였을 가능성이 있고, 오랜 기간이 지나 소멸시효가 완료됐다는 취지의 주장도 했다.

민변은 이에 당시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군인 등을 증인으로 세우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내년 1월 11일 오후 5시에 다음 변론기일을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