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성 말 한마디에…
규정도 없는 예산으로 기념식수 관리한 정부
"한 달에 한 번꼴 방문, 79명 투입"

산림청이 4·27 남북정상회담 공동기념식수 관리를 위해 최근 2년 동안 직원 79명을 동원해 32차례 판문점을 찾은 것으로 12일 나타났다. 그런데 산림청에는 기념식수 관리에 대한 지침이나 근거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4월 27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 소떼 길 인근에서 소나무 공동식수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홍문표 의원이 이날 산림청으로부터 받은 답변 자료에 따르면 산림청은 "기념식수 관리에 대한 지침은 없으며, 기념물이 수목이기 때문에 산림청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산림청은 "지난 2018년 7월 31일 남북장성급 군사회담시 북측 대표가 남북 정상이 공동식수한 소나무를 잘 가꾸어 줄 것을 요청했다"며 "(이런 요청을)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전달받았다"고 했다.

홍 의원실에 따르면 산림청은 이런 요청을 받은 직후인 2018년 8월 3일부터 지난달 10일까지 2년 1개월(25개월) 동안 모두 32차례에 걸쳐 기념식수를 관리했다. 산림청 직원 79명이 동원돼 한달에 1.3번꼴로 판문점을 찾아 상태를 점검하고 영양제 투여⋅배수로⋅바람막이 설치를 했다.

식수 관리를 위한 출장비는 413만 7000원, 배수로 공사에는 495만 7000원을 썼다. 이 밖에 영양제 값으로 10만원, 바람막이에 171만원을 썼다. 기념식수 관리에만 모두 1000만원의 세금이 지출됐다. 지난해 3월 당시 산림청장이던 김재현 청장도 기념식수의 바람막 설치 상태를 직접 점검했다.

산림청은 산 속에 녹지를 조성하는 대규모 조림(造林)사업을 중점적으로 한다. 일반 수목 관리는 거의 하지 않는다. 조림 사업 사후 관리도 나무 인근에 잡초를 제거하고 소나무 재선충 등의 전염병 관리 등이 대부분이다. 산림청은 지자체의 보호수 지정 권한을 갖고 있지만, 해당 보호수를 관리하는 별도의 규정이나 예산도 없다. 기념 식수 관리를 위해 별도 예산을 지출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란 뜻이다.

홍 의원은 "2018년 장성급 군사회담 때 북한측 수석대표는 안익산 육군 중장(우리의 소장)"이라며 "기념 식수 관리에 대한 근거도 없이 북측 수석대표의 말 한마디에 대한민국 공무원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이 상황이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했다. 홍 의원은 "판문점을 방문하는 열정으로 산불화재에 훼손된 산림에 더욱더 신경 써주길 바란다"고 했다.

기념식수는 정전협정이 있었던 1953년생 소나무로, 정부대전청사에 심어져 있던 것을 옮겨 심은 것이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백두산 흙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한라산 흙을 삽으로 퍼 나무 기둥에 뿌렸다. 이어 문 대통령이 대동강 물을, 김정은이 한강 물을 소나무에 뿌렸다. 청와대는 "남북 정상이 65년 동안 '대결과 긴장'을 상징하는 땅이던 군사분계선 위에 '평화와 번영'을 상징하는 소나무를 함께 심는 것으로 "백두대간의 식생을 복원하는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고 했다.

홍문표 의원이 12일 산림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남북공동기념 식수 관리에 대한 지침 및 근거에 대한 답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