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문화재단 임지인 사무국장
인디뮤지션 발굴·지원 프로그램 온스테이지 인디음악 성지로
10년간 매주 빠짐없이 1팀씩… 540여팀 1600여편
고퀄리티 영상으로 두터운 팬층… 조회수 2억회
"음악성 인정받고 싶으면 온스테이지 출연하라"

‘온스테이지 덕분에 수많은 명곡을 만났습니다. 이 프로그램 아니었다면 평생 알지 못하고 지나쳤을 거예요.’

올해 10주년을 맞은 ‘온스테이지’에 대해 팬들은 한 목소리로 이같이 말한다. 온스테이지는 2010년 11월 네이버 문화재단에서 비영리 사업으로 시작한 인디뮤지션 프로그램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숨어 있는 인디뮤지션들을 발굴해서 지원한다는 취지로 시작했다. 네이버TV나 유튜브 온스테이지 채널에서 매주 한 팀씩 인디뮤지션들의 공연을 라이브로 전달한다. 국악부터, 블루스, 힙합, 록, 펑키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10년간 매주 빠짐없이 영상을 선보였다. 총 540여팀을 발굴했고, 1600여편의 고퀄리티 라이브 영상을 만들었다.

판소리를 흥겨운 댄스음악으로 재해석,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국악 밴드 이날치도 온스테이지를 거쳐 흥행몰이를 했다. 이날치가 지난해 9월 현대무용단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와 함께 선보인 온스테이지 영상들은 1년 사이 조회수 400만회를 넘겼다. ‘난 뚱뚱해’를 부른 블루스 밴드 ‘최항석과 부기몬스터’, 90년대 감성으로 뉴트로 열풍을 일으킨 박문치, 장필순 1집 수록곡 ‘어느새’를 자신만의 색깔로 리메이크해 관심을 모은 백예린 등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온스테이지를 통해 화제가 됐다.

이제 온스테이지에는 인디음악의 ‘성지’ ‘등용문’ 등의 수식어가 붙는다. 국내 인디음악의 독보적인 채널로 자리잡으며 온스테이지 출연은 음악성을 인정받기 위한 하나의 통과의례처럼 됐다. 올해는 10주년을 맞아 팬들의 사연을 토대로 신곡을 만드는 ‘나에게 온스테이지’, 그동안 쌓인 곡에서 베스트 100을 선정한 ‘온리 온스테이지’ 앨범 등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 또는 선보이고 있다.

7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에서 임지인 네이버 문화재단 사무국장과 황희정 대리를 만나 온스테이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임지인 네이버문화재단 사무국장.

-온스테이지는 처음 어떻게 기획, 출발하게 됐는지.
임지인 "2010년 11월 처음 시작할 당시 음원 업계는 거의 '톱(Top) 100'같은 인기차트나 유명 뮤지션 중심으로 움직였다. 장르도 인기가요 위주로 편중됐다. 그런데 실력있고 매력적이고 다양한 음악 장르에서 활동하는 뮤지션들이 우리 주변에 정말 많다. 그래서 인디음악, 나아가 한국 대중음악의 활성화를 위해 좀 더 새롭고 적극적인 지원을 할 순 없을까 고민하다 온스테이지를 기획했다. '숨어 있는 인디뮤지션들을 발굴해서 대중에게 소개해보자'는 취지였다."

-시작할 때 이렇게 10년 넘게 갈 것이라고 생각했나.
임지인 "예상컨대 그 땐 이렇게까지 오래갈 것이라고 생각 못하지 않았을까(임 국장은 2018년 이 프로그램에 합류). 10년은 고사하고, 단 1년이라도 변함없이 매주 1팀의 라이브 영상을 서너 개씩 제작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10년간 한 번도 빠짐 없이 매주 1팀씩 라이브 영상을 찍은 게 대단하다.
임지인 "높이 평가해주시는 분들이 많다. 뮤지션이 540여 팀, 라이브 영상만 약 1600여 개인데다가 록, 펑키부터 국악, 블루스, 월드 뮤직, 힙합까지 음악 장르도 수십여 가지다. 이렇게 10주년을 맞이 할 수 있었던 건 우리 주변에 음악성이 뛰어난, 실력 있는 숨은 뮤지션들이 계속 나오고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또 그런 뮤지션들을 매의 눈으로 발굴해 주는 기획위원 분들이 있고 오랜 시간 온스테이지에 애정을 갖고 좋은 영상을 만들어 주는 촬영팀, 온스테이지 라이브 영상을 좋아해주는 많은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수익사업이 아니다 보니깐 회사 입장에서 중간에 그만둘 지에 대한 고민도 했을 것 같다.
임지인 "네이버가 인디음악 뮤지션을 지원한다는 기본 취지를 흔들지 않고 쭉 지켜봐줬다. 처음부터 인디 뮤지션의 성장과 창작을 지원하는 형태이다 보니 '어떻게 성과를 더 낼까' 고민하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뮤지션 창작 지원을 더 잘할 수 있을까' '어떻게 더 돋보일 수 있게 할까' 이런 부분을 주로 고민했다. 그런 게 쭉 굴곡없이 롱런하는 힘이 되지 않았을까."

림킴 온스테이지 무대.
코리안 집시 상자루 온스테이지 무대.

-지금까지 여러 아티스트들을 만났을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촬영은.
임지인 "이날치를 빼놓을 수 없다. 장르가 국악이다 보니 많이 알려지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그러나 현대무용단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와 함께 선보인 이날치 라이브 영상들은 벌써 조회수 400만회를 넘겼다. 한번도 안 들은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들은 사람이 없다는 반응처럼 흥이 넘치는, 중독성 있는 리듬감으로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온스테이지의 정체성과 확장성을 한 눈에 보여준 촬영이었고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이 밖에 90년대 감성으로 뉴트로 열풍을 이끈 박문치, 장필순 1집 수록곡 ‘어느새’를 자신만의 색깔로 리메이크해 관심을 모은 백예린, 무대 연출부터 스타일링, 제작 등 모든 것들을 직접 기획했던 림킴, 역대 가장 많은 구성원들이 출연한 ‘디어 재즈 오케스트라’, 박재범이 직접 찾아와 피쳐링한 ‘DJ Wegun’ 등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기억에 남는다."

황희정 "'난 뚱뚱해'를 부른 블루스 밴드 '최항석과 부기몬스터'가 기억에 남는다. 블루스가 대중적인 인기나 관심에 다소 소외된 장르지만 오로지 음악성만 가지고 뮤지션을 선정하는 온스테이지이기에 라이브 영상이 소개되고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뮤지션도 온스테이지에 소개된 이후로 공연장을 가득 매운 관객들을 보고 놀랐다며 '정말 음악할 맛 난다'며 감사 인사를 해왔다. 요즘에도 가끔씩 연락와서 온스테이지 최고라고 한다.

무엇보다 이제 온스테이지가 인디 음악의 대표 채널로 자리매김했다는 게 뿌듯하다. 2016년 제가 이 회사에 처음 들어왔을 때만 해도 섭외하려는 뮤지션에게 온스테이지가 무엇인지 왜 좋은지 설득하는 등 품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따로 말 안 해도 연락만 해도 다들 1초의 망설임 없이 흔쾌히 촬영에 응해준다. 유명 뮤지션이나 아이돌이 먼저 문의를 주는 경우도 종종 있다."

-온스테이지 인기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어떤 점이 매력일까.
임지인 "고퀄리티 영상을 보고 들을 수 있는데 심지어 음악성 좋은 뮤지션들을 소개해 준다는 점 아닐까. 영상 자체는 손쉽게 만들 수 있겠지만 고퀄리티 영상은 뮤지션 스스로 만들기 힘든 영역이다. 많은 뮤지션들이 촬영 이후 온스테이지 영상을 자신의 포트폴리오로 활용하기도 한다. 온스테이지에 출연하는 것을 음악성을 인정받았다고 생각해주는 경우도 많다. 반대로 이제 인디음악 대표 채널로 인식되다 보니 인디음악을 좋아하는 이용자들이 많이 찾아주고, 그에 따라 당연히 온스테이지에 출연함으로써 홍보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황희정 "높은 수준의 음향을 담기 위해 현장에서 가수별, 악기별로 장치를 두고 소리를 따낸다. 음향 감독님이 따로 계셔서 이렇게 모인 음향의 밸런스를 맞춘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영상을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디어 재즈 오케스트라' 촬영에서는 악기가 워낙 많아서 각기 다른 음향이 섞일 때가 많은데 그런 부딪히는 음향 소리까지 다 디테일하게 체크했다."

황희정 네이버문화재단 대리.

-온스테이지가 음악성을 인정받는 무대로서 자리매김한 것은 언제부터라고 보나.
임지인 "딱 언제부터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2018년 온스테이지 2.0으로 개편하고 '디깅클럽서울', '온스테이지X' 등 프로그램 확장 이후 관심이 더 뜨거워졌다. 디깅클럽서울은 숨은 뮤지션을 발굴하는 온스테이지와 달리 숨은 음악을 발굴하는 프로그램이다. 온스테이지X는 아티스트와 콜라보레이션하는 공연 프로그램이다. 그 때 더 많이 알려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마케팅이나 홍보 등 신경을 많이 썼다. 거기에 지금까지 누적된 인지도와 콘텐츠가 지금의 온스테이지를 만들지 않았을까."

-온스테이지 2.0으로 넘어가면서 확실히 온스테이지만의 색깔이 생겼다는 느낌을 받았다.
임지인 "온스테이지2.0으로의 변화는 큰 숙제이자 새로운 시도였다. 오히려 개악(改惡)이 될까 걱정도 했지만 '라이브'에 좀 더 집중하자는 결론에 변화를 결정했다. '2.0'부터는 뮤지션의 라이브 음악에 집중한 '원테이크(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이어서 촬영)'로 촬영 포맷을 바꿨다. 또 조금 더 음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단일 포맷으로 가되, 뮤지션의 색깔은 조명이나 다른 방법을 통해서 보여주기로 했다. 실험적인 변화를 시도한 것인데 다행히 뮤지션과 이용자 호평이 이어지면서 조회 수도 가파르게 급증해 현재까지 2억회를 훌쩍 넘겼다."

-해외에서도 관심이 뜨겁다고 들었다.
임지인 "구독자의 22%가 해외 구독자다. 영어 댓글을 보면서 우리도 놀란다. '이런 뮤지션이 있다니 놀랍다'는 댓글부터 '영어로 자막 좀 달아 달라'는 댓글도 있다. 앞으로 영어 자막 서비스를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해외 페스티벌에 온스테이지 영상이 포트폴리오로 많이 사용되다보니, 해외 음악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주요 채널로 인식해주고 있다."

-지금까지 10년간 '인디음악의 성지'로서 명성을 쌓은 온스테이지다. 앞으로 10년은 어떤 온스테이지가 되고 싶은지.
임지인 "변하지 말아야 될 것을 잘 지키고 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온스테이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뮤지션의 성장과 창작 지원이다. 그 취지를 잃지 않고 가는 것이다. 동시에 매체 환경과 소비자 니즈(수요)는 계속 변하니까 여기에 맞춰갈 수 있는 고민도 해야 한다.

황희정 "같은 의미로 목적성을 잃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면서 어려운 과제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우리 인디음악을 해외에 더 많이 알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