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인구부족 시달리는 농어촌 지역 정보화 대책 시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언택트(비대면) 디지털 기술이 사회 전역에 상용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같은 언택트 기술이 소위 '디지털 문맹'으로 불리는 고령층, 농어촌 지역주민들의 디지털 정보 양극화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모바일, 인터넷 사용을 비롯해 최근 키오스크(무인단말기) 등의 사용을 어려워하는 고령층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9일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의 '농어민의 모바일 인터넷 이용과 디지털 격차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말 기준 농어민의 디지털정보화 종합수준은 일반 국민 평균을 기준으로 69.8% 수준이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장애인들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74.6%)보다도 떨어지는 수치다.

보고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보급률과 정부의 꾸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농어민과 일반국민 간의 디지털 격차는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용산구치매안심센터에서 KT IT서포터즈 강사와 시니어 교육생이 온라인 영상회의를 통해 키오스크 교육용 앱을 활용한 교육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디지털 정보화 격차가 지역간 소득 수준의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농어촌 지역의 경우 인구감소, 고령화, 소득저하 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 정보화 수준마저 계속해서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NIA는 보고서에서 "디지털 격차는 사회적 불평등이다. 디지털 정보의 대다수가 인터넷을 통해서 생산, 검색, 그리고 공유되는 정보사회에서 인터넷을 얼마나 적절히 활용할 수 있고, 이용하고 있는가는 개인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자본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최근 농어업 소득의 꾸준한 감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소득을 높이는 정책 수단으로 디지털 정보화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언택트 시대가 낯선 고령층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최근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1년간 전자상거래나 키오스크를 통한 비대면 거래 경험이 있는 65세 이상 고령 소비자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고령 소비자들이 어려움을 토로했다는 통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키오스크 이용 경험이 있는 고령 소비자 245명을 대상으로 업종별 키오스크 이용 난이도를 평가한 결과 ‘유통점포’ 키오스크를 가장 어려워했다. 이어 '병원', '외식업', '대중교통', '문화시설', '관공서' 등의 키오스크 이용도 힘들어했다.

키오스크 이용 중 불편한 점으로는 '복잡한 단계'(51.4%, 126명)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다음 단계 버튼을 찾기 어려움'(51.0%, 125명), '뒷사람 눈치가 보임'(49.0%, 120명), '그림·글씨가 잘 안 보임'(44.1%, 108명) 등의 순으로 불편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정보화 취약계층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은 오히려 줄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홍정민 의원은 과기정통부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살펴본 결과, 해당 계층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집합·방문·강사파견의 정보화교육 실적이 올들어 8월까지 총 1만4302명으로 지난 4년(2016~2019) 연평균 10만2178명에 비해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홍정민 의원은 "장애인, 고령자, 농어촌 주민 등 디지털 소외계층은 코로나19가 불러온 디지털대면시대에 적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대면으로 정보접근성 교육을 진행하기 쉽지 않은 상황을 고려하여, 비대면 교육을 최대한 확대할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NIA는 보고서에서 "모바일을 통한 전자상거래와 스마트팜 운용 등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농어민이 자신이 원하는 목적에 맞게 스마트 기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지원이 필요하다"며 "농어민 간 연령과 거주 지역에 따른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있고 고령화로 심각한 인구감소를 경험하고 있는 도서, 산림과 같은 낙후 농어촌 지역은 공동체 해체 위기에 직면해 있어 디지털 격차 해소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