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경매8계.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에 위치한 연면적 296㎡, 지상 1~3층짜리 건물이 감정가 2억4100만원에 경매에 부쳐졌다. 낙찰가는 11억5000만원. 토지를 제외하고 건물만 매각된 반쪽짜리 물건이 감정가의 4배 이상(477%)으로 매각됐다.

지난 5일 11억5000만원에 낙찰된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의 감정가 2억4100만원짜리 건물.

9일 경매업계에 따르면 이 물건이 고가(高價)에 낙찰된 이유는 이 부지가 ‘성남금토 공공주택지구(제3판교 테크노밸리)’에 편입된 것이라서다.

성남금토 공공주택지구는 금토동 일대 58만2961㎡에서 오는 2024년까지 공공주택 3255가구와 핀테크·블록체인 등 미래 금융산업이 들어설 혁신클러스터, ICT(정보통신기술) 첨단산업이 입주하는 융복합클러스터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2018년 8월 지구지정이 고시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경기도시공사, 경기도와 성남시가 사업시행자다.

이 지구에선 지난해 12월부터 토지 보상이 이뤄지고 있다. 낙찰자는 잔금 납부와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면 곧바로 사업시행자인 LH와 협의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투자자 관심도 이 건물이 토지 보상이 가능한 매물이라는 점에서 높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공공주택지구에 편입된 부동산의 경우 토지뿐 아니라 토지에 소재한 지장물건과 권리관계도 보상대상이어서 건물소유주도 사업시행자와 보상 협의가 가능하다.

다만 LH의 성남금토 공공주택지구 보상계획 공고에 따르면, 토지 소유주가 현금 대신 토지로 보상받는 대토(代土)보상을 선택할 수 있는 것과 달리 건물 등 지장물 소유주는 전액 현금으로만 보상받을 수 있다. 과연 감정가 2억4100만원짜리 건물을 11억5000만원에 낙찰받은 낙찰자가 토지보상을 통해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을까.

경매 업계에선 토지 보상 시 이 건물이 감정가보단 비교적 높은 금액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래서 차순위 응찰자가 4억5100만원(감정가의 187%), 3순위 응찰자가 4억900만원(감정가의 169%)을 써내는 등 투자자 관심이 높았다. 반면 11억5000만원까지 써낸 금액은 투자자 사이에서도 ‘억’ 소리가 날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토지 보상을 통해서는 이 정도 수익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매 업계에선 그래서 이 물건 낙찰자가 건물 소유자(채무자)와 연관 있는 관련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관련법에 따르면 채무자가 직접 자신의 경매에 응찰할 수 없기에 관련인을 내세워 낙찰받게 했다는 것이다. 경매 낙찰금은 채권 금액 등을 제외하면 소유자에게 돌아가기에 고가를 써내더라도 큰 손해가 아니었다는 추정이다.

한 경매 업계 관계자는 "1000만원에 불과한 채무 때문에 강제경매가 진행됐다는 점, 강제경매는 취하가 어렵다는 점 등을 볼 때 이 건물 소유자와 관계가 나쁜 채권자가 의도적으로 경매를 진행시킨 것으로 보인다"면서 "경매 진행을 막기 어려웠던 소유자가 관련인을 통해 고가낙찰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어 "이 부지의 경우 토지보단 건물 보상액이 더 수익률이 좋을 것으로 분석돼, 소유주 입장에선 건물을 절대 포기할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이것 말고는 11억5000만원까지 낙찰될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