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르팡티에·다우드나...프랑스·미국 출신
'크리스퍼 가위' 개발로 유전병 치료 현실화 기여
女 수상, '퀴리 부인' 등 이어 7명으로 늘어
현택환 교수 수상 불발… "언젠가 기회올 것"

올해 노벨화학상을 받은 임마누엘 샤르팡티에(왼쪽)·제니퍼 다우드나(오른쪽).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프랑스의 임마누엘 샤르팡티에(Emmanuelle Charpentier), 미국의 제니퍼 다우드나(Jennifer A. Doudna) 등 여성 과학자 2명을 공동 선정했다고 7일(현지시각)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가 밝혔다.

샤르팡티에 독일 헬몰츠센터 연구원과 다우드나 UC버클리 교수는 ‘크리스퍼 가위’라고 알려진 유전자 편집 기술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노벨위원회는 "이 기술을 이용해 연구자들은 동식물과 미생물의 DNA를 매우 정교하게 변형할 수 있게 됐다"며 "새로운 암 치료법 개발과 유전병 치료의 꿈을 현실화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두 사람은 공동연구를 통해 2012년 이 기술을 처음으로 개발했다. 크리스퍼 가위는 DNA 염기서열 중 특정 위치를 인지하고 선택하는 ‘크리스퍼(CRISPR)’와 이 위치를 자르는 효소 ‘카스9(Cas-9)’으로 구성된다. DNA 속 네 종류의 염기 아데닌(A)·티민(T)·구아닌(G)·사이토신(C)은 특정 순서로 배열돼 이중나선 구조를 이룬다. 이때 네 염기가 배열된 순서(염기서열)에 따라 유전 특성이 달라진다. 염기서열에 유전 정보가 저장돼있다고 할 수 있다. 크리스퍼 가위는 이 배열을 자르고 순서를 편집하는 기술이다.

김학중 고려대 화학과 교수는 이날 "유전질환 등을 치료하기 위해 유전자 조작 기술이 연구돼왔지만 기존 방식들은 원하는 유전자를 정확하고 빠르게 자르는 능력이 떨어져 한계가 있었다"며 "크리스퍼 가위는 상대적으로 조작 난이도가 낮아 연구 종사자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고 정확도(선택성)가 높아 부작용도 줄여준다"고 설명했다.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가 모두 여성이라는 점도 이례적이다. 1901년부터 작년까지 노벨 화학상 수상자 180여명 중 여성은 ‘퀴리 부인’으로 알려진 마리 퀴리 박사를 포함해 5명에 불과했다. 이번 수상으로 그 수는 7명으로 늘어났다.

두 사람에게는 총 900만크로나(약 10억9000만원)의 상금이 각각 절반씩 주어진다.

한편 지난달 학술정보 분석업체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나노화학 분야 권위자인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를 올해 화학상 유력 후보로 선정해 기대감을 불러모으기도 했다. 현 교수의 선배로 알려진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현 교수가 상을 받지 않았다고 아쉬워할 이유가 없다"며 "나노화학 분야도 뜨거운 주제이기 때문에 언젠가 노벨상이 주어질 것이 확실하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