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나머지 국내 공항 14곳 가운데 10곳(71%)이 2016년부터 5년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서울 김포공항, 부산 김해공항, 제주도 제주공항을 제외한 나머지 공항들은 자생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7일 한국공항공사가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공항공사 산하 전국 공항 14곳 가운데 올해 8월까지 적자를 낸 곳은 11곳에 달한다. 흑자를 기록한 곳은 김포, 김해, 제주 공항 등 3곳 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항공 노선이 축소됐기 때문이란 게 공항사의 설명이다.

그러나 지난 5년간 국내 공항 당기손익 현황을 보면, 지방공항 상당수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남 무안공항 등 공항 10곳은 2016년부터 5년째 적자다. 그나마 항공수요가 있는 청주와 대구도 적자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청주공항은 2017년부터 4년째 적자 상태다. 2015년까지 해마다 적자를 기록하던 대구공항은 2016년 들어서 흑자를 기록했지만, 다시 적자 상태로 돌아섰다.

그래픽=김란희

2016년부터 올해 8월까지 가장 큰 누적 적자를 기록한 공항은 무안공항이었다. 무안공항은 618억원의 누적 적자를 냈다. 이어 여수 610억원, 양양 572억원, 울산 551억원, 포항 524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무안과 여수, 울산 공항 3곳은 지난해까지 4년 연속 1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내고 있다.

공항 활주로는 텅 비었다. 올해 8월까지 활주로 활용률이 1%가 안 되는 지방 공항은 총 5곳이었다. 활주로 활용률은 수용능력 대비 운항 실적을 나타낸 값이다. 원주공항의 경우 연간 11만5000편 항공기를 수용할 수 있게 설계됐지만, 실제 활주로를 이용한 항공기는 118편에 그쳤다. 활용률로 따지면 0.1%다. 이어 사천 0.2%, 군산 0.3%, 포항 0.3%, 무안 0.6% 등 나머지 공항들 사정도 좋지 않다.

공항 공사의 설명대로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지방 공항의 여객 수요가 준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코로나19 이전에도 활주로 활용률이 좋지 못했다는 점이다. 원주, 사천, 군산, 포항 등 4곳은 2016년부터 2%를 넘긴 적이 없다. 나머지 공항들 상당수도 활주로 활용률은 10% 안팎에 그치고 있다. 반면 제주, 김포, 김해 공항은 올해를 제외하곤 꾸준히 60% 이상의 활용률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사기업이 아니라 공기업이기 때문에 수익 차원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지역 균형 발전과 지역 주민들의 이동권 등을 보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운항 노선이 많이 축소된 영향도 있다. 지역 관광 활성화 등 여객 수요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합리적인 수요예측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년째 지방 공항들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 근본적인 배경엔 부실한 수요예측과 선심성 지역사업이 있다는 것이다.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방 공항 적자는 수년째 이어져 온 고질적인 문제"라며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고 해외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등의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