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형 서울대 교수
45~50세 고용률 평균대비 두 배 가량 감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노동시장 충격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심각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이른바 ‘경제 허리’ 역할을 하는 우리나라 40~50대 중장년층의 고용률이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수형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7일 열린 ‘제4회 서울대학교 전문대학원 연계 정책 심포지움’에서 "코로나가 실업률과 고용률 등 국내 노동시장에 전반적인 악영향을 미쳤다"며 "그 파급력은 금융위기였던 2008년보다 최소 50~100% 더 컸다"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이 주관한 이번 심포지움은 ‘코로나 팬데믹: 대한민국 어디로 가나?’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이수형 교수를 비롯해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이형기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 등이 발제자로 참석했다.

조선DB

코로나가 본격화되면서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실업률은 4.2%로 작년과 재작년 상반기의 평균보다 0.06%포인트(P) 상승했다. 같은기간 고용률은 59.9%로 지난 2년 평균 대비 0.51%P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이처럼 고용률과 실업률을 단순히 전년동기나 직전 두 해 평균과 비교해서 보면 실제 체감경기와 달리 부정확할 수 있다"며 "개인별 특성, 교육 정도 등 미시적인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분석했을 때 코로나로 인한 고용률, 실업률 충격은 금융위기 초기보다 더 컸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로나가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을 회귀분석을 통해 추정한 결과, 올해 상반기 실업률 상승폭은 단순 조정치(0.06%P)보다 확대된 0.29%P였다. 고용률 하락폭도 0.82%P로 기존의 단순 조정치(0.51%P)보다 컸다. 과거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하면 실업률 상승폭과 고용률 하락폭은 각각 0.302%P, 0.297%P 더 확대됐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한국 경제는 실업률보다 고용률에 더 반응한다"며 "우리나라에서는 일자리를 잃으면 노동시장에서 아예 탈퇴를 해버리기 때문에, 15세 이상 성인 기준으로 몇 명이 취업을 했는지 그 비율을 나타내는 고용률이 일자리 상황을 판단하기에 더 의미있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연령대별로는 코로나로 인해 45~50세의 고용률이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5~29세, 50~54세가 그 뒤를 이었다. 성별에는 유의미한 통계적 차이가 없었고, 학력을 기준으로는 전문대졸 이하가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이 교수는 "45~50세의 경우 고용률이 1.5%P 수준으로 감소하며 평균대비 두 배 이상 큰 충격을 받았다"며 "50대 중반이라는 은퇴 연령대에 근접한 중장년층일수록 자영업에 종사하거나, 회사에서 희망퇴직을 권고 받을 가능성이 그 요인이 됐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국의 2000가구를 기준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정부가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은 모든 소득계층에 소비 진작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평가됐다. 이 교수는 "재난지원금 중 일부가 저축되기도 했지만, 그 비중은 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