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액 급증
전년比 3배 규모…지자체 228개 달해

불붙은 '실효성' 논란…재정부담 우려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자영업자의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9월까지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액은 지난해 연간 발행액의 약 3배 수준이다.

하지만 지역사랑상품권의 실효성에 대한 시각차는 여전하다. 소비지출을 특정 지역에 한정하고 있는 만큼 상품권 도입이 유발하는 경제적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지자체에 재정 부담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액 추이.

최근 지자체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9월 23일 기준 전국 243개 지자체 가운데 228개 지자체가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93.8% 수준이다.

광역자치단체를 기준으로는 17개 중 9개, 기초자치단체 226개 중에서는 219개 단체가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 중이다. 제주도, 전주시는 각각 오는 11월에 상품권을 발행할 예정이며, 횡성군의 경우 그 시기가 내년이다.

발행 규모도 증가했다.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액은 ▲2015년 892억원 ▲2016년 1087억원 ▲2017년 3066억원 ▲2018년 3714억원(66개 단체) ▲2019년 3조2000억원(177개 단체) 등이다. 올해는 9월까지 발행액이 9조원(228개 단체)에 달한다.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이 늘어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그 효과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정 지역 내에서 현금보다 빠르게 소비를 늘릴 수 있는 것은 지역사랑상품권을 비롯한 지역화폐의 강점으로 꼽혔다.

지난해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지역화폐가 법정통화와 다르게 가치 저장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기 때문에 빠른 유통 속도를 보인다며, 상대적으로 빠른 유통속도는 침체된 소비를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28일 오후 경기도청 상황실에서 열린 '전국 소상공인단체 대표 간담회'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역화폐의 효과를 강조하며 경제 살리기의 핵심 열쇠로 '억강부약'을 제시하고 있다.

경기도 산하 경기연구원(경기연)은 지난해 9월 30일 기준 지역화폐 사용액과 두 차례에 걸친 소상공인 설문조사를 토대로 도내 31개 시·군의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분석한 결과, 생산유발효과·부가가치유발효과·취업유발효과 등이 나타난다고 발표했다.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은 이러한 경제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정반대의 결론을 냈다. 조세연은 지난달 15일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지역화폐가 되레 추가 비용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조세연은 "전 국민의 소비 총량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지역화폐로 인한 부가가치는 발생하지 않고, 지역화폐 발행과 관리 비용, 국가 보조금 등 손실만 남는다"며 "지역별 사용 제한으로 인한 소비자 편익도 줄어든다"고 했다.

그러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보고서 내용이 ‘엉터리’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조세연은 지역화폐가 무익한 제도로, 예산만 낭비했다고 비난했다"며 "국민 혈세로 정책을 연구하고 지원하는 조세연의 연구 결과 발표는 시기, 내용, 목적 등이 모두 엉터리"라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인한 재정부담을 우려했다. 류영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난 5일 보고서에서 "지자체 간의 과도한 할인율, 포인트 캐시백 제공 등은 장기적으로 지자체 재정 부담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최근 지역사랑상품권이 급속히 도입되는 과정에서 근거 법률과 조례가 제정됐기 때문에 상품권에 대한 관리가 아직 부족하다"며 "상품권의 목적 외 사용금지, 수시 현장점검, 부정유통 신고 등 체계적인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