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 안 어기는 선에서 신용카드·보험 등 끼워팔아
전북·우리·하나은행, 끼워팔기 비율 50% 웃돌기도

시중은행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에게 대출을 하면서 신용카드나 보험 같은 금융상품을 끼워팔기(변종꺾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대출을 받은 소상공인 중 3분의 1은 끼워팔기를 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북은행과 우리은행, 하나은행은 끼워팔기 비율이 50%를 웃돌았다.

6일 금융감독원이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코로나19 대출 관련 시중은행의 자체 점검결과'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실행된 코로나19 1·2차 대출 67만7324건 가운데 다른 금융상품에 함께 가입한 대출은 전체 대출의 34%인 22만8136건에 달했다. 이번 조사는 코로나19 대출 전후 2개월 내 금융상품 가입 현황을 조사한 것이다.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이른바 2차 ‘코로나 대출’ 첫날인 지난 5월 18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모습.

끼워팔기는 신용카드 발급이 17만건으로 가장 많았고, 예적금 가입이 6만9000건, 중도해지 시 원금손실이 가능한 보험·투자상품 가입도 6218건에 달했다. 은행별로는 코로나19 대출이 가장 많았던 기업은행이 끼워팔기도 9만6031건으로 가장 많았다. 기업은행의 끼워팔기 비율은 36%였다.

끼워팔기 비율이 가장 높은 은행은 전북은행이었다. 전북은행은 5595건의 코로나19 대출 중 3337건을 끼워팔기 했다. 끼워팔기 비율은 60%에 달했다. 이어서 우리은행이 5만624건의 코로나19 대출 중 2만9665건을 끼워팔기해서 비율이 59%였고, 하나은행도 7만1644건 중 3만5596건을 끼워팔기해서 비율이 50%였다.

현행법상 대출 받은 지 한달 안에 대출금의 1%가 넘는 금융상품에 가입시키면 꺾기로 본다. 신용카드 발급은 아예 꺾기 규제 대상이 아니다. 이번에 적발된 시중은행들은 현행법을 어기지 않는 수준에서 상품을 끼워팔기 했다.

김한정 의원은 정부의 공적자금을 미끼로 시중은행이 변종꺾기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엄중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행 꺾기 규제를 회피하고 혹시라도 대출이 거절될까 우려하는 소상공인의 마음을 교묘하게 이용해 자신들의 실적쌓기에 이용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