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31개 연구과제 선정, 총 396억3000만원 지원

삼성전자가 미각의 정보처리, 차세대 세포치료법, 4족 보행 로봇 제어 등 미래기술에 396억3000만원을 투자한다.

삼성전자(005930)는 2020년 하반기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의 일환으로 기초과학 분야 15개, 소재 분야 7개, ICT 분야 9개 등 총 31개 연구과제에 이같이 지원한다고 6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2013년부터 1조5000억원을 출연해 국가 기술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총 634개 연구과제에 8125억원 지원했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2020년 하반기 지원 과제에 선정된 교수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포스텍 서종철 교수, 서강대 유효빈 교수, 강원대 이지민 교수, 연세대 주철민 교수, 서울대 최명환 교수, KAIST 황보제민 교수.

올해 하반기 기초과학 분야에서는 수리과학 5건, 생명과학 4건, 화학 4건, 물리학 2건 등 총 15개 과제가 선정됐다. 특히, 생리·자연현상의 기초 원리를 규명하기 위해 기존 가설을 새롭게 해석하는 연구과제가 다수 선정됐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최명환 교수는 사람이 음식물을 먹으면 어떻게 '맛'을 느끼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다. 현재 맛을 느끼는 현상에 대한 이론은 혀는 감각을 측정하는 등 단순한 센서로만 기능하고, 미각과 관련된 복잡한 정보처리는 모두 뇌에서 이뤄진다고 알려져 있다.

최 교수는 그러나 혀에서도 미각에 대한 정보처리가 가능하다는 새로운 이론을 제안하고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연구는 미각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은 물론, 식품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도 활용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포스텍 화학과 서종철 교수는 나노미터 크기의 용액 방울 안에서 일어나는 분자의 움직임을 직접 관찰할 예정이다.

나노미터 크기의 아주 작은 공간에서 일어나는 화학 반응은 비커와 같은 용기처럼 넓은 공간에서의 반응에 비해 빠르게 진행되거나 전혀 다른 물질을 생성하는 등 특이한 현상을 보인다. 나노미터 크기의 용액 방울 안에서 어떤 화학 반응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아, 반응 생성물을 통해 간접적으로 유추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 교수는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해 나노미터 크기의 용액에서 분자의 움직임과 화학 반응을 관찰하는 기법을 확립하고 반응 메커니즘을 규명할 계획이다. 연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화학 반응 모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재 분야에서는 세포치료법 같은 의학 관련 분야 뿐만 아니라 첨단 기술을 이용해 반도체·디스플레이·전지 등 주력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에서 총 7개 과제를 지원한다.

강원대 분자생명과학과 이지민 교수는 유전자의 이상 변화를 인지하는 동시에 치료가 가능한 차세대 세포치료법 기술 개발에 나선다. 이 교수는 난임, 임신중독증 등 태반 형성에 문제가 생기는 사례에 집중해, 양·돼지 등 다른 종으로부터 추출한 외래 유전자를 도입하지 않는 차세대 세포치료법 기술 개발에 도전한다.

서강대 물리학과 유효빈 교수는 강유전체의 특성을 지배하는 인자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강유전체는 비휘발성 메모리·커패시터·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의 모든 전자소자의 핵심부품으로 사용되는 물질이다. 강유전체는 메모리 집적도 한계를 돌파, 반도체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물질로도 알려져 있어 전 세계적으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ICT 분야에서는 보행 로봇 제어 등 미래 핵심기술 연구 분야와 차세대 망막 질환 진단 장비 등 헬스케어 분야에서 총 9개 과제가 선정됐다.

KAIST 기계공학과 황보제민 교수는 4족 보행 로봇이 스스로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나선다. 4족 보행 로봇은 재해현장, 건설, 탐사 등 복잡하고 위험한 상황에서 인간을 대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현재 기술력으로는 평지에서 미리 설정해 둔 움직임만 구현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황보교수는 움직임 제어·경로 탐색을 동시에 학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해, 복잡하고 험난한 지형에서도 스스로 경로를 찾아 갈 수 있는 4족 보행 로봇 기술 개발에 나선다.

연세대 주철민 교수는 안구 질환을 높은 해상도로 빠르게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녹내장·황반변성 등의 안구 질환은 실명의 주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나, 일반 검사 장비로는 망막 질환 신호를 조기에 정밀하게 측정할 수 없어 진단·치료에 어려움이 있다.

주 교수는 높은 해상도의 편광 현미경과 영상 복원 알고리즘을 개발해 망막에 존재하는 다양한 세포를 3차원으로 영상화 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