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활용·전력 피크 수요 대응 위한 ESS
대규모 배터리인 만큼 리튬이온 폭발 위험 해결 필수
김희탁 교수팀, '아연브롬 레독스 흐름 전지' 수명 개선

연구팀의 성과가 표지논문으로 실린 ‘에너지와 환경과학(Energy and Environmental Science)’ 9월호의 표지.

국내 연구진이 에너지저장시스템(ESS)에 쓰이고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폭발 위험성을 보완한 새로운 배터리를 개발했다.

카이스트는 김희탁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수명을 크게 개선한 ‘수계 아연브롬 레독스 흐름 전지’를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ESS는 생산된 에너지를 저장해 필요할 때 공급하는 장치다. 불규칙하게 얻어지는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거나 전력 피크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에너지를 대용량으로 저장해야 하는 만큼 현재 가장 효율이 좋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리튬이온 배터리의 고질적 단점인 폭발 위험성 때문에 대안이 요구되고 있다. ESS는 전자기기나 전기차보다 규모가 큰 만큼 폭발 시 피해도 더 심할 것이기 때문이다.

‘수계 아연브롬 레독스 흐름 전지’라는 배터리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충·방전을 반복할 시 ‘덴드라이트’라는 불순물이 전극에 생겨 수명이 짧아지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덴드라이트가 생기는 원인은 이제껏 밝혀지지 않아온 가운데, 연구팀은 음극에 쓰이는 아연 원자핵에서 한 가지 답을 찾았다. 그간 아연 원자핵은 움직이지 않는다고 여겨져왔지만, 연구팀이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전자현미경 관찰을 통해 분석한 결과 아연 원자핵이 전극 표면으로 확산돼 덴드라이트를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아연 원자핵의 움직임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충·방전에 쓰이는 전류 세기(전류밀도)보다 30배 높은 전류를 가하는 가혹한 환경에서 5000회 이상 충·방전을 반복해도 내구성과 수명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교수는 "현재까지 보고된 레독스 흐름 전지 중 가장 뛰어난 수명 성능"이라며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저렴해 ESS 시장 활성화와 신재생에너지 사용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에너지와 환경과학(Energy and Environmental Science)’ 9월호의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