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리베이트 '피인용 우수 연구자' 17명 선정
2002년부터 336명 선정자 중 16% 실제 수상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도 화학상 후보에 포함
5일 생리의학상·6일 물리학상·7일 화학상 발표

2020년 노벨상 공식 홈페이지 캡처.

추석 연휴가 끝나면 ‘노벨상 주간’이 돌아온다. 노벨재단은 한국시각으로 이달 5일 오후 6시 30분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6일과 7일 각각 오후 6시 45분에 물리학상과 화학상 수상자를 발표한다.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Clarivate Analytics)’는 지난달 23일 ‘2020년 피인용 우수 연구자(2020 Citation Laureates)’ 24명을 선정했다. 이 중 경제학자 7명을 제외한 17명의 과학자가 총 9개의 연구주제로 올해 노벨과학상 수상자로 거론되고 있다.

노벨재단은 따로 노벨상 수상자 후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피인용 우수 연구자’는 공식 후보 명단이 아닌 만큼 수상자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이 명단에 오른 과학자 336명 중 16%인 54명이 실제 노벨상을 받았다. 비교적 높은 적중률을 보이고 있다. 클래리베이트는 자체 분석 솔루션을 통해 논문 피인용 빈도 상위 0.01%의 과학자 중 영향력이 높은 연구자를 매년 선정하고 있다.

◇ 韓 참여 나노화학·日 초분자화학·美 유기금속화학 물망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 겸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장은 올해 화학상 후보로 지목됐다. 현 교수와 미국 과학자 2명은 나노미터(nm·10억분의 1미터) 크기의 입자를 균일하게 합성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IBS와 과학전문매체 유레칼러트(Eurekalert)에 따르면 기존 방식으로 나노물질을 만들면 입자의 크기가 달라 활용에 제한이 생긴다. 크기별로 분류하는데 추가 공정과 비용도 발생한다. 세 과학자는 화학반응에 필요한 온도를 서서히 올리는 ‘승온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공정화했다. 2001년 미국화학회지(JACS)와 2004년 네이처 머티리얼즈에 관련 성과가 발표됐다.

후지타 마코토 도쿄대 교수.

일본 과학자 후지타 마코토 도쿄대 교수는 ‘초분자화학’ 분야 연구 공로를 인정받았다. 원자들로 이뤄진 분자 여러 개가 다시 수소결합 등의 느슨한 힘으로 연결돼 1개의 거대한 분자처럼 움직이는 것을 초분자(supramolecular)라고 한다. 후지타 교수는 분자들의 ‘자기조립(self-assembly)’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분자들의 상호작용과 초분자의 구조를 규명하는데 기여했다. 유레칼러트는 후지타 교수가 이 공로로 미국화학회(ACS)를 포함한 여러 학술단체로부터 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스테판 버치왈드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존 하트윅 UC버클리 교수는 ‘버치왈드-하트윅 아미노화 반응(Buchwald-Hartwig amination)’이라는 새로운 화학반응법을 개발해 유기금속화학 분야에 기여했다. 다양한 산업용 유기물질을 만들기 위해서는 탄소 원자와 질소 원자를 결합시키는 ‘아미노 결합’ 반응을 일으켜야 한다. 두 교수는 팔라듐이라는 금속 촉매를 이용해 효율적인 아미노 결합을 가능하게 하는 화학반응을 찾았다. 관련 연구로 지난해 이스라엘 울프재단이 수여하는 울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나노튜브 합성법·암흑 헤일로 연구 주목

홍지에 다이 스탠퍼드대 교수와 알렉스 제틀 UC버클리 교수는 첨단소재인 탄소나노튜브(CNT)와 질화붕소나노튜브(BNNT)를 효율적으로 합성하는 방법을 찾았다. CNT와 BNNT는 각각 탄소와 질소·붕소 원자가 원통 모양의 관 구조를 이루고 있는 나노구조체다. 운반체나 촉매, 절연 소재, 방사선 차폐 소재 등으로 활용될 수 있다.

카를로스 프랭크 영국 전산우주론연구소(ICC) 소장 등 세 천문학자는 ‘암흑 헤일로(dark halo)’에 관한 초창기 연구에 기여했다. 헤일로는 은하를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구 모양의 영역이다. 일반적인 물질로 이뤄진 헤일로와 달리, 빛으로 감지할 수 없는 암흑물질(dark matter)로 이뤄진 암흑 헤일로는 연구가 어려운 대상이다. 세 사람은 암흑물질 입자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밀도에 따른 암흑 헤일로의 공전속도를 계산하고 연구성과를 1996년 국제 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Astrophysical Journal)’에 발표했다.

우주의 암흑물질을 표현한 그림.

◇ 생리의학상 후보로 백신 발전 기여 분자면역학자·난치병 기초연구자 거론

파멜라 비요르크맨 캘리포니아공대(칼텍) 교수와 잭 스트로밍거 하버드대 교수는 ‘주조직 적합성 복합체(MHC)’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규명했다. 브리태니커에 따르면 거의 모든 세포가 갖고 있는 MHC는 면역세포가 외부의 적을 판별하는데 필요한 표식이다. 면역세포는 상대 세포의 MHC를 보고 피아식별을 한다. 두 교수는 MHC에 관한 연구로 분자면역학을 발전시키고 나아가 신약과 백신 개발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MHC 단백질.

난치병 극복을 위한 연구주제들도 선정됐다. 나카무라 유스케 일본 암연구재단 산하 암 정밀의학 연구소장은 개인 맞춤형 암 치료를 위한 유전 분석법 개발에 기여했다. 휴다 조그바 베일러의대 텍사스아동병원 교수는 레트 증후군(Rett Syndrome)의 발병 원리를 발견했다. 만 1세 직후 나타날 수 있는 레트 증후군은 X염색체 이상으로 인해 성장 지연, 보행 장애, 소두증, 자폐증, 의사소통 기능 상실 등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지난해에는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 최초의 외계행성 발견, 세포의 산소량 조절 메커니즘 발견이 각각 화학상, 물리학상,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2018년부터 2년 연속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은 올해 클래리베이트 선정 후보 리스트에도 2명의 이름을 올렸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연구 분야에선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