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말 임기가 끝나는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의 후임으로 전직 장관과 국회의원 등 거물급 인사들이 유력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은행권에서도 정부 및 정치권과 각종 금융 현안을 조율할 수 있는 ‘힘 있는 회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차기 은행연합회장으로 최종구 전 금융위원원장이 거론되고 있다. 최 전 위원장은 지난해 9월 퇴임한 이후 지난 8월 라이나생명의 라이나전성기재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2017년에는 수출입은행장을 역임한 바 있어 금융지주 회장이나 은행장을 지낸 인물이 은행연합회장을 맡는 최근 관례에도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 전 위원장은 행정고시 25회로 은성수 금융위원장(27회)보다 2기수 선배다.

국회 정무위원장 출신인 민병두 전 의원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민 전 의원은 은행권 근무 경력이 없지만, 오랜 정무위 활동으로 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종구(왼쪽부터) 전 금융위원장, 민병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앞서 은행권에서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김도진 전 기업은행장 등도 차기 은행연합회장 후보군으로 이름을 올렸었다. 그러나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연임에 성공해 후보군에서 멀어졌다. 임 전 위원장과 김 전 행장은 박근혜 정부와 함께 일했다는 점에서 은행연합회장 발탁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관 상 김태영 회장이 연임을 할 수도 있지만, 역대 회장 11명 가운데 연임한 사례는 한 차례에 불과하다.

은행권에서는 관(官) 출신 인사가 차기 은행연합회장으로 선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지 않다. 하영구 전 회장(12대)과 김태영 현 회장(13대)이 모두 순수 민간 출신인데, 민간 출신 회장으로는 정부에 제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다는 아쉬움 때문이다. 11대 박병원 전 회장의 경우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하긴 했지만, 행시 17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차관과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지낸 바 있다. 이전 은행연합회장도 대부분 산업은행이나 한국은행에서 총재 또는 부총재를 지냈던 인물들이다. 유지창(9대), 신동규(10대) 전 회장은 행시 출신이다.

한 시중은행 인사는 "금융권에 여러 현안이 산적한만큼 정부와 정치권, 타 금융업권 등과 현안을 잘 조율할 수 있는 분이 오면 좋지 않겠냐"며 "전직 장관이나 국회의원이 차기 은행연합회 회장으로 거론되는 것은 은행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라고 했다.

은행연합회장은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 임기 3년을 보장받기 때문에 그동안 관료 출신들이 선호했던 자리다. 최근 고위 공직자의 민간기업 재취업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라 취업 제한이 거의 없는 은행연합회장의 몸값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과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장도 모두 관 출신이다. 김용덕 회장은 건설교통부 차관, 대통령비서실 경제보좌관, 금감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김주현 회장은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등을 지냈고, 박재식 회장은 금융정보분석원 원장 등으로 재직했다. 금융권 협회장을 대거 관 출신이 꿰차는 상황에서 차기 은행연합회장도 관 출신에 무게가 실리지 않겠냐는 분석이 은행권에서 나온다.

은행연합회는 10월말 열릴 이사회를 통해 본격적인 차기 은행연합회장 선출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은행연합회장 후보자는 회원 은행의 추천으로 정해진다. 단수 후보가 정해지면 총회에서 추대를 통해 차기 회장을 선출한다. 복수의 후보자가 나올 경우 회원사의 투표로 최종 후보를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