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해외여행에 나서지 못하는 사람들을 겨냥한 가상 여행 상품이 국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 도쿄의 ‘퍼스트에어라인’은 가상 비행 체험과 기내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현재 10월까지 예약이 다 차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로 평소보다 예약이 50% 증가했다고 한다. 퍼스트에어라인의 승객들은 항공기 내부를 본 떠 만든 체험 장소에서 2시간동안 승무원 복장을 갖춘 직원들의 기내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가상 비행 체험 서비스 업체인 일본 퍼스트에어라인 승무원이 기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모든 서비스는 완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뉴욕, 파리, 로마 등 목적지를 고른 뒤 퍼스트클래스와 비즈니스클래스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가격은 퍼스트클래스 6580엔(약 7만3000원), 비즈니스클래스 5980엔(약 6만6000원). 서비스에는 차이가 없지만, 좌석의 크기가 다르다.

체크인을 마치고 기내에 탑승하면 A310과 A340 실제 좌석의 앉게 된다. 승무원의 안내에 따라 가상현실(VR) 기기를 착용하면 비행기가 이륙하는 과정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 비행기가 안정 고도에 올랐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면, 이때부터는 기내식 서비스가 제공된다.

모든 기내식은 전채, 메인, 디저트 등 코스 요리로 구성돼 있다. 실제 항공사들의 기내식 서비스를 모방했다. 목적지에 따라 메뉴도 다르다. 프랑스 파리행 항공편에선 푸아그라가 나오고 이탈리아 로마 행 항공편에선 모차렐라 샐러드와 스테이크가 나온다. 식사가 끝난 뒤에는 VR 기기를 착용해 360도로 펼쳐지는 뉴욕, 파리 등을 여행하면 된다. 2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착륙하는 것으로 비행 체험은 끝이 난다.

퍼스트에어라인에서 제공하는 기내식.

대만에선 ‘제주 가상 출국 여행 상품’이 흥행에 성공했다. 여객기로 제주도 상공을 선회한 뒤 본국으로 돌아오는 상품이다. 현지 여행사 이지플라이와 한국관광공사 타이베이지사가 기획, 지난 11일 출시한 지 4분 만에 완판됐다. 가격은 6888대만달러(약 28만원)였다.

지난 19일 대만 관광객 120명 비행기 탑승 전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 것을 시작으로, 기내에서 한국 놀이, 제주 사투리 배우기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즐겼다. 기내식으로는 한류 드라마로 대만 현지에도 잘 알려진 치맥(치킨과 맥주)이 나왔다.

제주 상공에 도착한 비행기는 관광객들이 제주도 풍광을 감상할 수 있도록 고도를 낮췄다. 20분간 섬 주변을 선회한 뒤 비행기는 다시 대만으로 돌아갔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현지에서 워낙 인기가 좋았던 만큼, 또 다른 가상 여행 상품을 기획 중"이라고 말했다.

대만 관광객들이 기내에서 한국 부채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국내에선 아시아나항공(020560)이 ‘하늘 위 호텔’이라 불리는 A380을 활용해 국내 상공을 한 바퀴 도는 가상 여행 상품을 출시했다. 10월 24일과 2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해 강릉, 포항, 김해, 제주 상공을 2시간 비행한 뒤 돌아오는 일정이다. 탑승객 전원에게는 기내식, 어메니티 키트, 국내선 50% 할인 쿠폰, 기내면세품 할인쿠폰이 제공된다.

판매가격은 비즈니스스위트석 30만5000원, 비즈니스석 25만5000원, 이코노미석 20만5000원이다. 그동안 국내선 항공편에는 투입되지 않던 A380의 비즈니스 스위트석과 비즈니스석을 20만~30만원대에 탑승할 수 있다는 소식에 탑승권은 출시 20분 만에 매진됐다. 대한항공(003490)역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관광 비행 프로그램 운영을 검토 중이다.

아시아나항공은 10월 24·25일 목적지 착륙 없이 국내 상공을 약 2시간 비행하는 관광 상품을 출시했다.

신생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로케이는 일명 ‘랜선 여행 프로그램’을 내놨다. 항공운항증명(AOC) 발급이 지연돼 비행기를 띄우지 못하자 궁여지책으로 온라인에서 자신들의 항공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공항의 체크인 카운터, 출국장 대합실 등 비행기 탑승 전의 상황뿐 아니라 A320 기내 탑승 후 경험하는 각종 서비스도 영상과 글로 담았다. 온라인 셀렉트샵 29cm 홈페이지를 통해 체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