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고한 제품으로 소비자 신임을 얻겠다는 목표를 갖고 브랜드를 만들어 왔다."

경북 영주에 있는 ‘영주대장간’을 운영하는 석노기 대표(67·사진)는 최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내 물건은 조금 비싸도 소비자가 손해 볼 일은 없다"며 "오늘날까지 대장간 명맥을 유지할 여건은 그분들(소비자)이 만들어 줬다"고 말했다.

석 대표는 낫, 호미, 쇠스랑, 괭이 등 손을 사용하는 전통 농기구를 만든다. 초등학교를 마치고 쇠를 만지는 대장장이 길로 들어선 게 54년 전인 1968년이다. 영주에서만 45년째다.

석 대표는 이달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장인정신과 숙련도를 인정받아 ‘백년소공인’으로 선정됐다. 경상북도에서 최고장인으로 선정된 2018년부터는 호미 손잡이에 ‘최고장인 석노기’라는 문구를 새겨 판다. 이즈음 ‘아마존 호미’ 열풍이 시작됐다.

영주대장간 호미(Youngju Daejanggan Master Homi)는 전 세계 소비자가 몰리는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 원예 관련 곡괭이 부문 톱10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유사 제품과 달리 제품명에 장인(Master) 표기가 들어간다.

"수작업으로 만들었다는데 인체공학적으로 느껴진다" "얼마나 뛰어난 제품인지 말을 안 할 수 없다" 같은 우호적인 상품평이 대부분이다. 국내 판매가는 6000원대지만 아마존에선 17달러(2만원)에 팔리는 230g 중자(15㎝)가 가장 인기가 좋다. 올해도 1만개정도 팔렸다고 한다.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호미와 부엌칼, 조선낫. 호미에는 최고장인 석노기라고 새겨져 있다. 이외에도 도끼, 밭 갈때 쓰는 쇠스랑 같은 농기구도 만든다.

석 대표는 "서양에는 포크처럼 생긴 농기구나 모종삽 같은 원예 도구는 있지만 기역자(ㄱ)로 구부러진 것이 없다"며 "팔을 당겨서 사용하는 기구는 힘이 덜 들고 편해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아마존에서의 인기를 등에 업고 ‘영주 호미’는 새로운 판로를 개척 중이다. 영국과 캐나다 현지업체와 계약을 맺고 납품하고 있고, 미국 코스트코 입점도 앞두고 있다. 호미 외에 조선낫의 독일 수출도 기대하고 있다. 그는 "독일 칼이 좋다고 하는데, 독일로 보낸 조선낫이 의외로 평이 좋았다"고 전했다. 해외 판로 개척은 국내 한 유통업체에 일임했다.

영주 호미의 재료는 폐차의 강철 판스프링이다. 사각형으로 잘라 불에 넣어 달군 뒤 두드리고 펴고 늘리는 단조작업을 반복한다. 호미 모양이 완성되면 나무 손잡이를 끼워 마무리까지 30분 정도가 걸린다. 사람 손과 몸을 쓰는 일이다 보니 가내공업 이상으로 규모를 키우기는 힘들다. 대량 생산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불구덩이 앞에서 고된 작업을 하는 탓에 전국 대장간 명맥이 끊기고 있지만 다행히도 석 대표에게는 서른 살 먹은 제자가 생겼다. 그는 "일 가르쳐달라고 왔다가 못 버틴 사람이 수두룩했지만 지금 제자는 1년 넘게 착실하게 일을 배워 한시름 놨다"고 했다. 그는 이어 "옛날 어른들 말씀이 10년 일하기 전까지는 대장장이 소리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래도 최소 5년 정도는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 대표는 대장간 테마 파크도 구상 중이다. 그는 "생산시설과 별도로 전통 대장간을 체험하는 공간을 준비할 계획"이라며 "최고 장인 명예를 걸고 건강하게 오랫동안 대장간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