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유학생 비자 유효기간을 최대 4년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북한·이란 같은 일부 ‘테러 지원국’ 유학생에게는 최대 2년만 적용할 방침이다.

26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국토안보부(DHS)는 지난 24일 이런 내용의 비자 규정 개정안을 관보에 게재했다. 유학생에게 발급하는 F비자와 인턴 등 교환방문자에게 발급하는 J비자 유효기간을 ‘관련 프로그램이 끝날 때’로 못박고, 동시에 4년을 못 넘게 하는 것이 개정안의 주된 내용이다.

현재 미국 정부는 유학생 비자를 받은 학생 학업이 끝날 때까지 몇년이고 비자 효력을 유지시켜주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방식대로라면 비자 소지자가 많이 늘어나 해당 학생들을 효과적으로 관리·감독할 수 없다’며 ‘학업이 끝날 때까지 체류를 무기한 허용하는 현행 정책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했다. 국토안보부 조사에 따르면 춤을 배우는 한 학생은 1991년 유학생 비자를 받아 미국에 29년째 체류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UCLA 교정을 걷는 학생들.

특히 미국과 적대적인 북한과 이란을 비롯한 일부 중동·아프리카·아시아 등 국가 출신 유학생에게는 유효기간이 더 짧은 최대 2년짜리 비자를 내주기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12년 학사 과정 유학생 중 4년 내 학위를 취득한 경우는 51.9%에 그쳤다. 개정안이 통과하면 4년 내 학위를 취득하지 못한 나머지 절반은 비자 연장을 신청하거나 새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그러나 재수강은 이번 개정안 비자 갱신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학업 성취도에 따른 연장이나 재발급은 이전보다 훨씬 까다로워질 가능성이 크다.

학사보다 수학 기간이 월등히 긴 석사 혹은 박사 과정 유학생 역시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공을 불문하고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따려면 대개 4년 이상이 소요된다. WSJ는 "각 대학들이 이번 개정안으로 인재 유입이 줄어들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6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이 개정안 적용의 중대한 변수가 될 수도 있다. WSJ은 "11월 3일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면 현 행정부가 새 대통령 취임 전 개정된 규정을 시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