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에스윈드는 글로벌 공급망을 갖추고 있습니다. 6개 생산법인에서 전세계 모든 풍력 프로젝트를 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글로벌 1등에 올라설 수 있었습니다."

지난 22일 충남 천안시 본사에서 만난 김성권 씨에스윈드(112610)회장(65)은 "고객사가 어디서 수주를 하든 가장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풍력타워를 납품할 수 있는 글로벌 공급망을 갖추고 있다"며 "제너럴일렉트릭(GE), 지멘스가메사, 베스타스 같은 굵직한 풍력발전기 고객사를 확보한 비결"이라고 말했다.

김성권 씨에스윈드 회장.

씨에스윈드는 2003년 베트남을 시작으로 중국, 영국, 말레이시아, 터키, 대만 등 6곳에 현지 법인을 세웠고 국내에선 터빈용 베어링을 만드는 씨에스베어링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직원 수는 2100여명. 지난해 기준으로 1만 1000여개의 풍력타워를 납품했다. 김 회장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16%로 세계 1위"라며 "매년 20~30%씩 성장할 수 있도록 목표를 세우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 해상풍력 시장 진출로 매출 급성장

씨에스윈드가 생산하는 풍력타워는 날개인 블레이드와 발전기를 지탱하는 철 구조물 기둥이다. 육상 타워의 높이는 80~120m이고 해상 타워는 그 이상이다. 무게는 수백t에 이른다.

여러 개의 원통 섹션을 용접으로 이어붙이기 때문에 정밀한 용접기술과 바람과 파도로 인한 부식을 막을 도장기술이 중요하다. 고객사마다 발주하는 타워가 제각각이라 품질관리가 관건이다.

풍력발전기 회전날개(블레이드)를 장착하는 모습. 날개와 연결된 직사각형 구조물이 나셀이고 타워가 나셀을 지탱한다.

김 회장은 "최고의 품질을 만들기 위해 ISO 세계품질규격 제정위원에게 직원 교육을 맡겼고, 용접공학 박사 출신을 회사 고문으로 모시기도 했다"며 "현지인을 숙련공으로 키우는 건 어려운 도전이지만 글로벌품질관리시스템(QMS)으로 정착시킬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생산성 혁신도 중요하다고 거듭 밝혔다. 그는 "원가 경쟁력을 탁월하게 높여 고객사의 니즈를 충족시켜야 한다"며 "원가 절감을 매년 20%씩 하다 보니 경쟁력과 고객사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최근 3년 간 매출이 가파르게 성장했다. 3000억원 안팎이던 매출이 2018년 5022억원, 지난해는 7993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4216억원을 달성했다. 김 회장은 "육상풍력시장에서 10년가량 검증을 거친 뒤 3년 전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유럽 해상풍력 시장에 진출했다"며 "올해 수주 목표인 7억달러(8100억원)를 이미 달성했고, 연말까지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 글로벌·현지화 전략으로 전 세계 상대로 수주전

씨에스윈드의 또 다른 성장 전략으로는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이 있다. 북미와 유럽 등에 수출하기 위해 설립한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공장이 글로벌 전략에 해당한다.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베트남산 타워에 반덤핑관세를 매겼을 때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미국 시장에 납품해 위기를 넘겼다.

현지화 전략은 대만이나 영국처럼 풍력단지를 개발하는 국가에 직접 공장을 짓거나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다. 현지 정치권에서 요구하는 일자리 창출과 생산유발 효과를 일으키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시장의 니즈와 트렌드에 맞게 비즈니스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씨에스윈드의 매출 확대 가능성은 열려있다. 미 동부 연안에만 2035년까지 25GW의 해상풍력단지가 조성될 예정이고,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최근 탄소배출제로 달성 등 신생에너지 육성안을 발표했다. 현지 공장을 운영 중인 대만에선 2025년까지 15GW 규모로 조성되고 베트남 내수시장도 올해 매출의 7%를 차지할 만큼 커졌다.

김 회장은 "친환경에너지 산업은 이제 진입기에 들어섰다"며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고 해외 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호주와 포르투갈 현지 타워 업체 인수를 검토 중이고 내년에는 미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국내에선 해상 풍력발전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2030년까지 12GW 규모의 풍력단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김 회장은 "전남 안마도 500MW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컨소시엄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부구조물 생산 전문업체인 삼강엠엔티와는 공동으로 해외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원형으로 말아진 철판과 철판을 붙이기 위해 용접하는 모습.

◇ 물량 확보 뒤 투자 원칙…설계도면만으로 수주하기도

씨에스윈드의 전신은 1984년 설립된 중산정공이다. 화력발전소 굴뚝 등 철 구조물을 주로 생산하다가 2000년대 초반 유럽 국가들이 신재생, 친환경에너지를 늘리는 것을 보고 업종을 풍력타워로 바꿨다. 김 회장은 유럽 접근성과 지정학적 위치, 가격 경쟁력을 고려한 끝에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2003년 베트남 공장을 짓기도 전에 수주부터 했다. 공장 설립 계획서와 풍력타워 도면만으로 55억원 규모의 수주를 따낸 것이다. 김 회장은 "호주에 진출한 고객사를 상대로 6개월 동안 설득했었다"며 "풍력타워 경험은 없지만 화력발전 타워를 제작한 경험과 글로벌 오퍼레이션 경험이 통했다"고 설명했다.

이후에도 씨에스윈드는 공장 증설이나 새로운 시장 진출할 땐 고객사에서 물량을 확보한 뒤 공장을 짓는다. 대만에서도 5년치 물량을 확보한 뒤 현지 공장을 세웠다. 김 회장은 "선행 투자를 했는데 물량을 못 받으면 낭패를 보게 된다"며 "시장 조사와 고객사와 협의를 통해 신규투자를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연간 계약을 통해 안정적으로 수요예측이 가능한 상태"라고 했다.

김 회장은 국내 풍력기술력을 높이기 위해 국내 기업에 사업 참가 기회를 늘려줘야 한다고 했다. 그는 "풍력발전은 자국에서 기술력이 검증돼야 해외로 진출 할 수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국내 기업이 경험을 쌓도록 풍력단지를 더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