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방위원회 긴급현안보고

北 22일 오후 3시 30분 실종자 발견
청와대 오후 6시 36분 文 서면보고
3시간여 후인 저녁 10시 총살 후 시신 불태워

하태경 "살아있었을 때…구출지시 없었나"
"22일 오후6시 첫 보고 대통령 지시 없었나"
서욱 "제가 직접 지시받은 바는 없다"
"(사망후) 23일 아침 8시 30분 '사실대로 알려라' 지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군이 실종된 우리 공무원을 총살하고 시신에 기름을 부어 불태운 사건과 관련해 총 4번의 서면과 대면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최초 보고는 실종 사건 발생 다음날인 지난 22일로 북측이 실종자를 해상에서 발견했다는 첩보가 담긴 서면보고를 오후 6시 36분에 받았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군 장성 진급 및 보직 신고식에서 참석자들의 경례를 받고 있다.

그로부터 3시간 후인 같은 날 밤 9시 40분쯤 북한군은 실종자를 총격으로 사살하고 시신을 훼손했다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 정보당국은 1시간여 후인 밤 10시 30분 관련 첩보를 입수해 보고했다고 한다. 그런데 실종자가 생존해 있던 지난 22일 6시 36분 첫 서면보고 이후 실종자가 사망했을 때까지 문 대통령은 군 당국에 아무런 지시도 하지 않은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날 긴급 소집된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실종 공무원이 살아있던 지난 22일 오후 6시 36분 서면보고 때 문 대통령이 아무런 지시를 하지 않았나'라는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의 질의에 "그건 제가 확인을 해 보겠습니다"라며 "제가 직접 지시받은 바는 없는데"라고 했다.

이에 하 의원이 "장관이 대통령으로부터 지시받은 바 없다는 거죠"라고 묻자 서 장관은 "네 그렇다"고 했다. 하 의원이 다시 "그렇다면 국방부 장관 말고 (이 문제에 대해서) 문 대통령이 지시를 할 수 있는 비선이 따로 있느냐"라고 하자 "비선 그런 건 아니다"라며 "이게 이제 그…"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서 장관은 앞서 '22일 오후 6시 36분에 첫 보고를 했을 때 문 대통령이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을 어떻게든 구출하라는 지시를 받았나'라는 하 의원의 질문에 '잠깐만 기다려 달라'라고 했고 '도대체 무슨 지시를 받은 거냐. 아무 지시도 못 받았나'라고 재촉해도 서류만 뒤적일 뿐 답을 하지 못했다.

서 장관은 이후 "대통령에 보고할 때 이런 저런 첩보 사항 중심으로 보고가 됐다"며 "(문 대통령은) 정확한 사실 파악이 우선이다, 북에도 확인을 하도록 하라, 만약 첩보가 사실로 밝혀지면 국민이 분노할 일이다,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서 장관은 '문 대통령이 그 지시는 언제 했느냐'는 하 의원의 질문에 "23일 아침 8시 30분 보고를 드릴 때 받은 지시"라고 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서욱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청와대는 대통령에 첫 서면보고를 한 지 7시간, 실종자가 사망한 지 3시간 만인 이튿날(23일) 새벽 1시 서훈 안보실장과 노영민 비서실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박지원 국정원장, 서욱 국방부 장관이 참석한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하고 분석 및 대책을 논의했다. 그리고 그날 오전 8시 30분에서 9시까지 서훈 안보실장과 노영민 비서실장이 대통령에게 첩보 내용을 첫 대면 보고했다.

정부는 23일 오후 4시 35분에 유엔사 군사정전위 채널을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해 달라고 요청하는 통지문을 북측에 발송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24일) 오전 8시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해 국방부로부터 이번 사건과 관련된 분석 결과를 통보받고, 한 시간 뒤인 9시에 안보실장과 비서실장이 대통령에게 분석 결과를 대면보고했다.

서 장관은 이번 사태로 인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 문 대통령이 국제망신을 당했다는 하 의원의 지적에 "제가 대통령을 잘 못 모신 것 같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3일 새벽 1시 26분부터 16분간 유엔연설을 통해 비핵화 없는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실시간 연설이 아니라 지난 15일 사전 녹화된 영상을 통한 ‘녹화 연설’이었다.

하 의원은 서 장관에게 "대통령 국제 망신시키려고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는 말이냐"며 "지금 이 시점에 그 연설하면 안 되고 북한의 만행에 규탄해야 한다. 대통령 모시는 분이 그렇게 하고도 미안한 마음이 전혀 없냐"고 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참석, 연평도 인근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 관련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