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 22일 10시30분 靑보고
23일 새벽 1시부터 관계장관회의
23일 아침 8시30분에 文대통령에게 보고
청 "보고까지 짧은 시간이라고 생각"

청와대는 24일 북한이 우리 국민을 해상에서 총격으로 사살한 뒤 시신을 불에 태운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말한 것과 관련한 논란을 진화하려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 측의 우리 국민 '총격 살해·시신 훼손' 소식이 청와대로 알려졌는데도, 문 대통령에게 보고되기까지 10시간 걸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최초 정보는 '첩보' 수준이어서 그랬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지만, 그 첩보를 분석한 결과가 문 대통령에게 보고되기까지도 6시간 걸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전(한국 시각) 미국 뉴욕 유엔총회장에서 열린 75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영상으로 전하고 있다. 사전 녹화한 이 연설이 방영되기 3시간 전 청와대는 우리 국민을 북한군이 총격 살해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첩보는 문 대통령에게 보고되지 않은 채, 이 연설이 방영되던 23일 새벽 1시부터 관계장관회의가 열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이 사건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첫 보고를 받은 것은 지난 22일 오후다. 22일 오후 6시36분에 "서해 어업관리단 직원이 해상에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해 수색에 들어가 있고, 북측이 그 실종자를 해상에서 발견했다는 첩보를 대통령에게 첫 서면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 때는 A씨가 살아있을 시점이다.

청와대는 22일 오후 10시30분에 "북한이 월북 의사를 밝힌 실종자를 사살 후 시신을 화장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A씨에 대한 북한 측의 총격은 오후 9시40분에 이뤄졌다. 연평도에서 우리 군 감시자산이 A씨 시신이 불에 타고 있는 사실을 관측한 것은 오후 10시11분이다.

그런데 청와대는 이 첩보를 문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대신 23일 새벽 1시부터 2시30분까지 1시간30분간 관계장관회의를 열었다. 회의엔 청와대 서훈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비서실장, 박지원 국정원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이 참석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 회의에선 상황을 공유했고, 첩보 신빙성이 얼마나 높은 것인지 분석하고 대책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23일 오전 8시30분부터 9시까지 서훈 실장과 노영민 실장으로부터 첩보 내용을 대면으로 보고받았다. 이 때 문 대통령은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고 북에도 확인하라"며 "만약 첩보가 사실로 밝혀지면 국민이 분노할 일이다. 사실관계를 파악해서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려라"라고 지시했다.

결국 청와대가 우리 국민이 북한군에 의해 바다 위에서 사살돼 불 태워졌다는 첩보를 입수한 지 10시간만에, 첩보 분석 결과가 나온 지 6시간만에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 셈이다. 그 사이에 문 대통령이 북한과 종전협정을 맺는 데 국제사회가 지지해달라는 내용의 유엔총회 연설이 전세계에 방영됐다.

이 같은 경과에 대해 대통령 보고가 지체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종 사건 자체는 문 대통령에게 이미 보고 돼 인지하고 있었고, 새벽에 관계장관회의까지 열렸는데도 아침까지 우리 국민의 총격 사살 보고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새벽 1시부터 2시30분까지 관계장관회의에서 정보를 분석했고, 아침 8시30분에 보고한 것"이라며 "(보고까지) 짧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23일 오전 8시30분 보고 때 새벽에 관계장관회의가 열렸다는 사실도 처음 보고됐다.

문 대통령은 보고를 받고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고 북한에도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첩보가 사실로 밝혀지면 국민이 분노할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