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한테 추석이 어디 있나요. 코로나19 핑계 대고 안 가고 자기소개서나 쓰려고요."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속담은 옛말이 됐다. 지난해부터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조하연(26)씨는 "올해 추석이 여느 때보다 힘들다"고 했다. 올해 채용시장이 얼어붙은 탓에 하반기 남은 채용이라도 매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구직난이 심화하면서 명절에도 취업 준비에만 열중하는 청년들이 늘었다. 합격 통보를 받고 당당하게 금의환향하려던 취준생들은 자취방에서 채용공고를 찾아야 할 처지가 됐다. 친척들과의 만남이 불편해 "코로나19가 걱정돼 못 내려가겠다"고 전하는 취준생도 많다.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 상담 창구 앞에서 한 구직자가 차례를 기다리며 생각에 잠겨 있다.

24일 사람인이 구직자 2266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구직자 5명 중 3명(62%)은 올해 추석 연휴에도 구직활동을 계속한다고 답했다. ‘코로나로 채용이 줄어 하나라도 놓칠 수 없다(64.6%)’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이들은 추석 동안 ‘채용공고를 확인(73%)’하거나 ‘이력서, 자소서를 작성(54.7%)’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올해 기업들은 코로나19 여파와 실적 악화에 채용을 줄였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달 매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올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10곳 중 7곳(74.2%)이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신규채용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부정적인 응답 비율은 2월 상반기 채용계획 조사 때보다 33%포인트 늘어났다.

하반기 채용을 진행하는 기업도 채용 규모를 줄이거나 수시채용으로 전환했다. 올해 주요 그룹 가운데 하반기 공채를 진행하는 곳은 삼성, 포스코, CJ 정도에 그친다. 롯데그룹은 코로나19 때문에 상반기 채용이 지연된 탓에 하반기 채용계획을 정하지 못했다. LG그룹과 KT, 현대차 등은 공채 대신 수시 채용을 진행하기로 했다.

취업 시장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은행권도 코로나19로 비대면 바람이 불면서 채용 규모를 줄였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750명에서 160명으로, 신한은행은 430명에서 250명으로 채용 규모를 축소했다. 하나은행도 채용인원을 50명 줄였고, 농협은행은 하반기 채용 일정을 아직도 확정하지 못했다.

김영진(28)씨는 "매일 한 시간씩 채용공고를 뒤져야 할 정도로 가뭄"이라며 "상반기보다는 하반기가 낫긴 하지만 여전히 바늘구멍 뚫기 같다"고 했다. 한범수(27)씨도 "경기가 안 좋아서 경력 쌓기가 힘든데, 경력직을 선호하는 추세라서 속상하다"고 했다.

급작스레 입사가 연기되거나 채용이 취소돼 속앓이하는 취준생들도 눈에 띈다. 취준생 커뮤니티에는 "올해만 2번이나 최종합격하고도 채용 취소 연락을 받았다", "최종면접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물어봤더니 보류라고 한다", "5개월 기다리고 채용 취소됐다"는 한탄 글이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청년 실업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통계청의 ‘2020년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미취업 기간이 1년 이상인 청년은 70만6000명에 달했다. 해당 연령대(만 15~29세) 전체 인구(893만4000명)의 7.9%에 달하는 수준이다.

취준생들은 재택근무 증가로 인턴 등 직무 경험도 쌓기 쉽지 않자 추가 스펙쌓기에 나서고 있다. 박현영(25)씨는 "코로나19로 기업들도 다 어려우니까 대대적인 채용을 원치 않는 것 같다"며 "문과 전공만 가지고는 취업이 너무 힘들어서 코딩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김지원(29)씨도 "원래 컴퓨터 쪽에는 하나도 관심이 없었는데, 국비교육으로 빅데이터 수업을 듣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