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2154억원 매도하자 투매 이어져

22일 신풍제약(019170)주가가 14%이상 급락했다. 이 회사가 전날 2000억원대 규모의 자사주를 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고점 논란이 다시 커졌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회사가 자사주를 매도하는 것은 주가가 고점이라고 판단될 때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쓰인다. 신풍제약은 최근 기업가치에 비해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의혹이 계속됐기 때문에 자사주 매각을 기점으로 신풍제약의 주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월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충북 오송 생명과학단지 내에 있는 신풍제약 3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풍제약은 전날보다 14.21% 내린 16만6000원에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13만60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외국인은 2223억9600만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도 3억900만원을 내다팔았다. 반면 개인은 2167억5000만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신풍제약의 주가 급락은 전날 2154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처분했다는 공시가 투자자들의 매도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신풍제약은 자사주 128만9550주를 주당 16만7000원에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신풍제약이 보유한 전체 자사주(500만3511주)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신풍제약이 자사주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은 작년 한해 영업이익(약 8억6000만원)의 250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신풍제약은 올 상반기에 35억7843만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하반기에 상반기 수준의 영업이익을 낸다고 가정해도 신풍제약은 이번 자사주 매각으로 30년치의 영업이익을 확보하게 됐다.

신풍제약은 이번 매각 결정에 대해 "생산설비 개선 및 연구 개발 과제를 위한 투자 자금 확보가 목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에선 주가가 고점에 달했을 때 자사주를 처분해 자금을 확보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주가가 급등한 틈을 타 자사주를 매각해 회사가 현금을 확보하는 일이 종종 있다. 이는 통상 현재 주가가 고점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져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다.

신풍제약은 자체 개발한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후보로 주목받으면서 지난 7월부터 주가가 빠르게 올랐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지수에 이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지수에까지 포함되는 등 국내는 물론 외국인 자금이 몰리며 최근 시가총액이 10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해말 7000원대에 그쳤던 주가도 올해 들어 23배 가까이 뛰었다. 주가수익비율(PER)은 5030.30대 1에 달한다.

한 제약·바이오 담당 연구원은 "신풍제약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어느 정도선까지 가까이 왔는지 알 수 있는 데이터가 금융투자업계에선 전혀 없는 상황이라 현재 주가가 과열이다 아니다를 판단할 수 없다"면서도 "리스크(투자금 손실 위험)를 갖고 신풍제약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있어 앞으로도 주가의 변동성은 계속 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