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을 앞둔 정비사업 조합들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분양가상한제를 피하려고 속도를 냈던 단지가 혹시 상한제를 적용받는 게 나은지 이해득실을 다시 따져보는가 하면, 일부 단지는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지역주택조합을 선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상당수 단지는 분상제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일반분양을 준비하던 동작구 ‘장승배기역 상도 힐스테이트’는 최근 지역주택조합으로 사업 방향을 바꿨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주택청약통장이 필요 없어 치열한 청약 경쟁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장점이다. 조합원 분양 물량에 대해 분양가상한제도 적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토지 확보에 따른 위험부담이 조합원들의 몫이 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서울 반포동 신반포15차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원 펜타스’ 조감도.

상당수 단지는 후분양을 고민하며 머리를 싸매고 있다. 이달 28일까지 입주자 모집공고 승인을 받지 못하면 상한제를 적용해 분양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원베일리’ 조합은 토지에 대한 감정평가를 하고 있다. 조합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유예기한 마지막 날인 지난 7월 28일 HUG로부터 분양보증서를 발급받았다. 보증서 발급 이후 두 달 안에만 입주자모집공고를 내면 상한제를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조합은 HUG가 보증서를 발급하면서 제시한 분양가(3.3㎡당 4891만원)가 너무 낮다고 판단해 오히려 상한제를 적용하는 게 이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뒤늦게 토지 감정평가를 받기로 결정했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는 토지 감정평가 결과가 나와야 분양가를 비교해볼 수 있는데, 감정평가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면서 "이달 말이 지나고 나서 결과나 나왔는데 오히려 HUG 분양가가 높으면 감정평가 수수료만 지출한 채로 분양가는 더 낮아져 난감해진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도 HUG의 분양보증서를 받아 놓은 뒤 토지 감정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곳은 조합장이 지난달 해임된 뒤 내분이 계속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시공사인 현대건설 컨소시엄도 HUG에 분양보증 연기를 요청했지만, 불가하다는 입장을 통보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둔촌주공이 분양가상한제를 피해 이달 중 분양에 나서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 아파트는 총 1만2032가구 중 일반분양 4786가구를 일반분양한다. 분양가는 HUG로부터 3.3㎡당 2978만원으로 보증을 받았다.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15차를 재건축하는 ‘래미안원펜타스’도 분양가상한제가 피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분양가상한제 시행 직전 HUG 분양보증서 없이 구청에 입주자모집 공고 신청서를 냈는데, 대우건설과 분쟁하면서 보증서를 발급받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지난 10일이 HUG 분양보증서 제출 기한이었다"면서 "조합에서 기간 연장 요청이 와서 검토하는 중"이라고 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조합원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분양가가 관건이어서 조합 내부 갈등도 더 심화하고 있다"라며 "분양가로 인해 사업 속도와 방향을 고민하는 조합들은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