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해외 항공길 막힌 가운데 국내 신혼여행지 급부상
항공비용 아낀 대신 호텔비를 넉넉하게…프리미엄 호캉스 상품 인기

올 가을 결혼을 앞둔 정모(29)씨는 몰디브로 신혼 여행을 가려다 예약을 취소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해외 여행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정씨는 대신 신혼여행지로 제주도를 선택했다. 정씨는 "일생에 한 번 뿐인 신혼여행인데 아쉽다"면서도 "해외에 못 가는 대신 호텔에 돈을 아낌없이 쓸 예정"이라고 했다.

호텔 업계가 허니문 마케팅에 나섰다. 코로나19로 해외 대신 국내로 신혼 여행을 가는 부부가 늘었기 때문이다. 호텔 업계에선 "제주·강원 등에서 가을 럭셔리 호캉스를 즐기는 게 트렌드"라며 "국내 호텔로 떠나는 신혼 여행은 미리 준비할 필요가 없고 해외보다 부부만의 시간에 집중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22일 롯데호텔 제주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판매에 들어간 ‘마이 웨딩 데이’ 패키지는 8월까지 월 평균 판매가 전월 대비 20%씩 늘었다. 시그니엘 서울의 ‘로맨틱 겟어웨이’ 스위트형 패키지도 판매를 시작한지 보름 만에 목표 판매 50%를 달성했다. 럭셔리 허니문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것이다. 시그니엘 서울 관계자는 "호텔 밖으로 나갈 시간은 줄이고 신혼 부부가 보내는 시간의 밀도를 높였다"며 "철저한 방역과 위생 관리에도 신경 쓰고 있다"고 했다.

국내 신혼 여행을 택한 이들의 선택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제주·강원 등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을 택하는 것이다. 제주는 1989년 해외 여행 자유화 전까지 신혼 여행의 성지(聖地)였던 곳으로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제주 신라호텔은 쁘띠 카바나(수영장 주변 임시 건물), 스페셜 과일과 레드 와인, 뉴트로(New Retro·새로운 복고) 컨셉으로 사진을 찍어주는 숨비포토, 더 파크뷰 디너 또는 겔랑 스파 등을 제공하는 ‘힐링 허니문 패키지’를 선보였다. 제주 포도호텔은 ‘로맨틱 허니문 패키지’를 판매 중이다. 수영장과 온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프리미엄 와인과 레드벨벳 케이크 등을 제공한다.

한 곳만 가는 게 아니라 여러 곳을 거치는 '로드트립'형 상품도 나왔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씨마크호텔과 콜라보한 ‘로맨틱 릴렉스 겟어웨이’ 패키지를 선보였다. 레스케이프호텔 서울에서 도심 호캉스를 즐긴 뒤 강릉 씨마크호텔에서 오션뷰, 인피니티 풀 등 럭셔리 휴양을 만끽할 수 있는 상품이다. 숙박별로 이니셜이 새겨진 커플 배스 로브·타월을 선물하거나 와인·치즈 플래터, 플라밍고 서프 강습 할인 등을 제공한다. 레스케이프 호텔은 웨스틴조선 부산과도 콜라보한 '레스케이프 투 부산' 패키지도 선보였다. 신세계조선호텔 관계자는 "해외 여행을 떠나지 못하고 국내에서 럭셔리한 곳을 찾는 신혼 부부가 늘고 있다"며 "도심 속 파리와 이국적인 오션뷰를 느낄 수 있다"고 했다.

평소 가고 싶던 서울의 특급호텔을 찾아 초호화 신혼 여행을 즐기는 것도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시그니엘 서울은 숙박 유형에 따라 레드와인과 초콜릿, 샴페인과 체리 케이크 등을 제공한다. 파크 하얏트 서울은 샴페인과 미니 케이크를 제공하는 ‘로맨스 앳 더 파크 패키지’를 준비했다. 파크 하얏트 서울 관계자는 "해질녘 주홍빛 노을이 수영장을 가득 채운다"며 "낭만적인 하루를 계획하는 신혼 부부가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