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경제의 토대를 만들기 위한 기본은 청년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저서 ‘공정(公正)’에 나온 대목이다. 그러나 정작 이 의원이 창업한 이스타항공에선 직원 605명이 8개월 치 월급도 못 받은 채 해고됐고, 본인은 자녀에게 회사 지분을 편법으로 증여했다는 의혹으로 민주당 윤리감찰단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 "사회 지도층 불공정에 국민은 분노"

이 의원의 저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공정’이다. 이 의원은 "자녀 불법 취업, 대학 불법 입학 등 최근에 벌어진 사회 지도층의 불공정에 국민은 분노했다"며 "나 역시 공정사회를 향한 국민과 정부의 뜨거운 염원에 공감하며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자 다짐했다"고 썼다.

정치를 하게 된 이유도 불공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KIC 그룹 회장을 맡았을 당시 재벌 대기업의 ‘갑질’ 때문에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중소벤처기업 경영자는 아무리 노력해도 직원 월급조차 올려줄 수 없는 현실에 처할 때가 많다. 나도 그런 경험을 하며 수많은 밤을 지새우곤 했다"고 했다. 국회에 입성한 뒤 가장 먼저 발의한 법안도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금지한 하도급법 개정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2002년 9월 자신이 운영하던 KIC의 주가를 조작한 사건에서 자금을 조달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이 의원에게 1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후 그가 2012년 전주완산을 지역의 민주통합당 후보로 나오자, 당시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였던 유시민 작가는 "민주당 전주 완산을 주가조작 전과자를 공천했네요. 사퇴시켜야겠어요"라는 트위터 글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출간한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저서 ‘공정’.

◇ "일자리 창출은 시대적 책무"

이 의원은 자신을 문재인 정부 ‘경제 디자이너’ ‘경제통’이라고 불렀다. 일자리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한 이유다. 그는 2018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에 임명된 뒤 자신이 주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일로 ‘일자리 창출과 혁신성장, 공정경제 생태계 구축이라는 시대적 책무’를 꼽았다.

청년들의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면서 "어린 나무들이 성장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면 그 사회의 미래도 밝지 않다"며 "공정경제의 토대를 만들기 위한 기본, 그것은 청년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 의원은 두 자녀에게 회사 지분을 편법으로 증여했다는 의혹으로 현재 당 윤리감찰단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 의원이 창업한 이스타항공 직원 605명은 지난 6일 정리해고됐다. 이스타항공 노조에 따르면 직원들이 못 받은 임금 규모만 260억원에 달한다.

이스타항공 노조가 지난 9일 오전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의원이 605명의 노동자들이 정리해고된 사태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위정자는 자기 이익 지키는 게 우선"

이 의원은 자신의 책에서 위정자들의 ‘책임지지 않는 힘’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경제학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저서 ‘스킨 인 더 게임’을 인용해, "세상의 중대한 결정을 내려온 절대 소수의 선택 이면에는 자신들의 욕망과 핵심 이익을 지켜내기 위한 논리가 가장 우선시된다"고 썼다.

그러면서 "이들이 에어컨이 돌아가는 편안한 사무실에 앉아 판단을 내리며 벌인 착오로 세계 곳곳에서 무고한 사람들이 ‘생명’이라는 대가를 치르기도 한다"며 "책상 앞의 이들은 자신들의 실수로부터 배우려 하지 않는다. 그런 실수의 희생자가 될 일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정작 이 의원은 지난 18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스타항공 대량 해고 사태에 대해 "굉장히 안타깝다"면서도 "(이 문제는) 경영할 사람들하고 주관사하고 알아서 다 할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사재출연 요구와 관련해서는 "(지분을) 헌납했기 때문에 더 이상 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윤리감찰단에 관해 묻자 이 의원은 "지금 회사를 살리자고 인터뷰하는 것이냐, 어떤 식으로 인터뷰하는 것이냐. 목적이 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이 의원 징계 문제에 대해 추석 전까지 결론을 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