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부터 정부가 마스크 수급대란 대책으로 실시해온 공적 판매를 중단한 이후 시중에서 판매되는 마스크 가격이 30% 넘게 하락했다. 일각에서 마스크 유통을 전적으로 시장에 맡길 경우 가격이 불안정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생산업체가 3배 가까이 늘어나 공급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가격이 떨어진 것이다.

마스크 수급대란이 일어난 지난 2월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마스크 판매대에 결품 안내문이 걸려있다.

2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이달 11일 보건용 마스크(KF94)의 온라인 평균 판매가격은 1151원으로 7월 9일(1741원) 대비 두 달 만에 약 34% 떨어졌다. 오프라인 판매가격도 내림세다. 9월 11일 오프라인 평균 판매가격은 1578원으로 7월 9일(1883원)보다 두 달간 16% 내렸다.

정부는 올들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자, 공적마스크 제도를 도입했다. 공적마스크는 전국 마스크업체 생산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의무적으로 정부에 출고하게 해 약국을 통해 판매한 정책을 말한다. 중간 유통상들의 사재기로 인해 나타난 마스크 수급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실시한 긴급대책이었다.

당시 정부는 마스크 생산량의 최대 80%까지 매입해 장당 1500원 균일가에 1인당 3장씩 제한해 판매했다.

정부가 지난 7월 12일 공적마스크 제도를 폐지하기로 결정하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시장에 전적으로 유통을 맡길 경우 마스크 가격이 지난 2월과 3월처럼 천정부지로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공적마스크 제도가 폐지된 지 두 달여가 지난 현재 마스크 가격은 오히려 꾸준히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회사원 박모씨는 "공적마스크 제도 시행 시에는 약국 외 장소에서 구매하려면 장당 2000원이 넘던 보건용 마스크가 최근 온라인에서는 장당 800~900원대에도 팔리고 있다"며 "공적 판매가 중단되면 마스크 가격이 오를 거라는 우려가 있었는데 기우(杞憂)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마스크 가격이 떨어진 것은 코로나 사태 이후 국내 마스크 생산업체 수와 생산량이 크게 늘어난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 마스크 업체 수는 지난 1월말 137개사에서 현재 약 400개사로 증가했다. 하루 평균 생산량은 약 3900만장으로 2월초(약 1200만장)와 비교하면 3배 이상 늘었다.

이 수치는 식약처 인증을 받은 마스크만 합산한 수량으로 식약처 인증을 받지 않은 일반 마스크까지 포함하면 하루 생산량은 최소 6000만장을 넘긴다는게 마스크업계의 분석이다.

단기간에 마스크 제조업체 수가 증가한 것은 마스크가 생활필수품이 되면서 시장이 커진 영향도 있지만, 마스크 제조업이 고난도의 제조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아 진입장벽이 낮았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한 마스크 제조사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코로나가 확산, 장기화 된 상황에서 마스크 사업이 불황 극복의 대안으로 떠올랐다"며 "마스크 제조는 기술 장벽이 낮기 때문에 다른 업종의 제조업체들이 쉽게 마스크 설비를 도입해 생산할 수 있었다"고 했다.

마스크 가격이 크게 떨어지자, 일부 제조사들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문을 닫고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마스크 한 장을 팔았을 때 남는 마진(이익)이 거의 없어 생산을 중단한 것이다. 특히 대량생산으로 수익을 보전할 수 있는 대형업체보다는 중소 영세업체들이 수익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마스크 제조사 중 90% 이상이 중소업체다.

마스크 제조사 관계자는 "공적마스크 제도가 시행될 때는 정부가 영세업체들로부터 공적 구매를 하면서 이익을 보장하는 가격에 매입했기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경우는 없었다"면서 "지금은 마스크 가격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데 재료비와 인건비 등 고정비는 그대로라 1장당 이익이 10원~50원 정도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또다른 마스크업계 관계자는 "마스크 제조사는 많이 늘었지만, MB필터나 SB부직포 같은 재료 생산업체 수가 크게 늘지 않아 재료비가 아직도 비싼 편"이라며 "6개월 뒤에는 마스크 생산업체 수가 크게 줄어 다시 수급대란이 올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