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매장 폐점·브랜드 매각 이어져
간편식(HMR)과 배달로 생존 모색

대기업이 외식 사업을 철수하고 있다. 외환위기(IMF) 이후 맞벌이 가구가 늘고 주 5일제를 도입하며 2000년대 중반 전성기를 누렸으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타를 맞았다. 대신 가정간편식(HMR)과 배달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2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2019년 외식 소비 행태’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7년~2019년 월 평균 외식은 9.9회, 8.9회, 7.8회로 줄었고 배달은 3.0회, 3.1회, 3.4회로 증가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빈도가 더 높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소셜미디어(SNS)에 올려 자랑할만한 ‘나만 아는 힙한 맛집’ ‘골목 맛집’ ‘노포’ 등이 외식 업계 트렌드로 떠오르는 것도 대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에 애슐리, 자연별곡, 수사 등을 운영하는 이랜드이츠는 올해 상반기 매장 30개를 폐점하고 급여 삭감 등 비상 경영에 들어갔다. 대신 ‘애슐리 쉐프박스’ 등 HMR에 눈길을 돌렸다. 김완식 이랜드이츠 대표이사는 지난 7월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전년 대비 매출이 마이너스(-) 40%라는 상황이 계속되며 적자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며 "고객에게 선택받지 못하는 브랜드를 과감히 철수하고 일부 브랜드 전략을 개편하겠다"고 했다.

이랜드리테일도 자체 PB브랜드 ‘오프라이스’를 통해 채선당, 서가앤쿡, 죠스떡볶이, 북촌 손만두 등 유명 맛집과 손 잡고 HMR을 출시해 전국 38개 킴스클럽, 이랜드몰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랜드리테일 관계자는 "매끼를 집에서 먹어야 하는 요즘 집콕족을 위해 간단한 조리로 고퀄리티 음식 맛을 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CJ푸드빌은 커피 프랜차이즈 투썸플레이스를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에퀴티파트너스에 매각하고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뚜레쥬르를 매물로 내놓은 데 이어 지난 14일 진천공장을 CJ제일제당에 207억3700만원에 팔기로 했다. CJ제일제당(097950)은 이 공장을 HMR 생산기지로 활용할 예정이다. CJ푸드빌이 2017년 38억원, 2018년 434억원, 2019년 4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행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CJ그룹이 국내 외식 사업 대신 CJ제일제당을 통해 글로벌 HMR 사업에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양그룹도 지난 4월 세븐스프링스 영업을 14년 만에 종료했다. 샐러드 뷔페를 앞세워 한때는 매장을 20여 개까지 늘리며 성장했지만 패밀리 레스토랑 인기가 시들해지며 매장 수를 줄여왔다. 세븐스프링스를 운영하는 삼양F&B는 2013년부터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2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삼양그룹 관계자는 "화학·식품 등 핵심 사업의 글로벌 진출 등 그룹 차원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외식 사업은 손을 떼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웃백도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이끄는 투자 전문 기업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가 570억원에 인수한지 4년 만에 매물로 나왔다. 아웃백은 비효율 점포를 정리하고 프리미엄 스테이크 개발, 요리사 전문성 제고, 냉장 유통 등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며 실적 반등에 성공했지만 코로나19로 외식 업계가 고사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아직 새로운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1994년 압구정 1호점을 시작으로 국내에 진출한 버거·치킨 패스트푸드점 파파이스도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새 주인을 찾는 가운데 최근 국내 철수설이 돌기도 했다. 파파이스를 운영하는 TS푸드앤시스템의 모기업인 대한제당 관계자는 "일부는 (영업을) 접는 곳도 있겠지만 모든 매장이 문을 닫는 것은 아니다"며 "계속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외식 기업 위기에 배달로 생존을 모색하는 기업도 있다. 빕스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매장 운영이 어려워지자 공유주방 키친밸리 서초점에 입점해 배달을 시작했다. 풀무원(017810)은 위쿡과 업무 협약을 맺고 배달 전문 브랜드를 키울 계획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미 몇 년 전부터 갈 곳 잃은 패밀리 레스토랑이 폐점하거나 매장을 축소하고 있다"며 "코로나 사태로 이런 흐름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