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한가위 즈음이면 매장마다 선물용 와인이 가득하다. 추석 선물로 특별히 포장된 와인들은 인기 있는 베스트셀러 중에 선택되기 마련이다. 특히 와인이 두 개 이상 들어 있는 세트 상품은 할인율도 좋아서 잘 살펴보면 고품질 와인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종류가 너무 많아 고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고민을 덜기 위해 수많은 와인 선물세트 가운데 베스트5를 골라 와이너리 개요 및 추석 음식과의 궁합을 정리해 보았다. 가족들과 한자리에 둘러앉아 맛있는 음식을 나눌 때 와인을 곁들여 보는 것은 어떨까? 고마운 분께 와인으로 정성 어린 마음을 표시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와인과 함께 보내는 한가위는 더욱 향긋할 것이다.

1. 우마니 론끼, 요리오와 비고르
우마니 론끼는 1960년대에 설립된 이탈리아 와이너리다. 100 년 이상 긴 역사를 자랑하는 와이너리가 수없이 많은 이탈리아에서 우마니 론끼는 비교적 신생 와이너리에 속하지만, 이미 그란디 마르키(Grandi Marchi, 19개 프리미엄 와이너리로만 구성된 협회)의 일원이 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건강한 자연이 생산한 맛있는 포도가 우수한 와인을 만든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포도를 유기농으로 재배하며 와이너리도 지속가능형으로 운영한다. 우마니 론끼의 대표 와인인 요리오와 비고르로 구성된 추석 와인 선물 세트는 우리 음식과도 잘 어울려 추석 식탁을 더욱 풍요롭게 해줄 것이다.

요리오 – 신의 물방울에서 소개된 것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레드 와인이다. 이탈리아 중부 아브루초(Abruzzo) 주에서 생산된 이 와인은 '요리오'라는 이름도 아브루초 출신의 이탈리아 작가 가브리엘 단눈치오가 쓴 희곡 '요리오의 처녀'에서 따왔다고 한다. 몬테풀치아노라는 토착 품종으로 만들었으며 진한 루비빛이 매혹적이고 체리와 자두 등 과일향이 풍부하다. 발사믹 식초와 감초 향미는 복합미를 더한다. 신맛이 강하지 않고 묵직해 우리 입맛에도 아주 잘 맞는다. 다양한 육류와 즐기기 좋고, 식사 후 치즈와 함께 후식으로 즐겨도 좋다.

비고르 – BTS 멤버 정국이 마신 것으로 알려져 한때 품절 대란을 일으킨 적이 있는 와인이다. 이탈리아 중부 마르케(Marche) 주에서 생산된 와인으로 산지오베제 75%와 메를로 25%를 블렌드해 만들었다. 산지오베제는 체리향이 상큼하고 신맛이 강하며 살짝 흙향이 나서 이탈리아 와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겐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비고르는 부드러운 맛이 장점인 메를로가 섞여 있어 마시기가 훨씬 편하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다양한 육류와 두루 잘 어울리는 와인이다.

2. 토레스, 그랑 코로나스와 상그레 데 토로 레제르바
1870년 설립된 토레스는 스페인 최대 와이너리로 125주년 창립 행사에 후안 카를로스 왕이 참석했을 정도로 스페인 와인 산업에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스페인 전역에 포도밭을 보유하고 있으며 다양한 품종으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칠레에서는 미구엘 토레스라는 이름으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이들의 최대 장점은 고급 와인에만 집중하지 않고 가성비 좋은 와인을 폭넓게 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토레스와 미구엘 토레스의 2~3만 원대 와인을 주말마다 즐겨도 6개월은 족히 지날 정도다. 맛을 보면 가격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품질 또한 뛰어나다.

그랑 코로나스 – 토레스를 대표하는 와인으로 카베르네 소비뇽과 스페인 토착 품종인 템프라니요를 블렌드해 만든 와인이다. 블루베리와 블랙커런트 등 과일향이 풍부하고 후추 같은 향신료 향과 발사믹 향이 우아함을 더한다. 질감이 부드러워 누구나 좋아할 스타일이며 타닌이 살아 있어 육류 요리와도 잘 어울린다. 치즈와 즐기면 향미를 더욱 잘 느낄 수 있다.

상그레 데 토로 레제르바 – 지중해 연안에서 주로 재배하는 가르나차를 위주로 카리녜나와 시라가 블렌드된 와인이다. 상그레 데 토로(Sangre de Toro, 황소의 피)라는 이름처럼 선명한 루비빛이 매력적이고, 블랙베리와 딸기 등 달콤한 과일향이 풍부하다. 타닌이 강하지 않아 레드 와인의 떫은맛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쉽게 즐길 수 있다. 추석 음식 중에는 갈비찜, 육전, 동그랑땡과 궁합이 잘 맞는다.

3. 브로켈, 말벡과 카베르네 소비뇽
브로켈은 아르헨티나 최대 와이너리인 트라피체의 대표 와인 브랜드다. 1883년에 설립된 이 와이너리는 보유하고 있는 포도밭 면적만 10km2가 넘는다. 아르헨티나의 포도밭은 대부분 안데스산맥에 가까운 곳에 있는데, 브로켈 밭도 해발 1000m가 넘는 고지대에 위치고 있다. 포도는 고도가 높은 곳에서 자랄수록 햇살이 강하고 공기는 차가워 새콤달콤하게 익어가는데, 이런 포도로 만들어야 균형미가 좋은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다. 브로켈이라는 이름은 '방패'라는 뜻으로 트라피체가 130년 넘게 지켜온 품질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브로켈 브랜드로는 다양한 와인이 생산되고 있는데, 금번 추석 선물세트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말벡과 카베르네 소비뇽이 포함됐다.

말벡 –말벡은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적포도 품종이다. 원래 프랑스 보르도 품종으로 19세기 중엽에 아르헨티나로 전해졌다. 이후 보르도는 말벡보다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를 더 많이 재배했지만, 말벡은 아르헨티나에서 꾸준히 성장해 이제는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품종으로 자리를 잡았다. 브로켈 말벡은 진한 자줏빛이 매력적이고 신선하고 농익은 과일향이 풍부하다. 여기에 제비꽃, 흙, 연기, 후추 향이 어우러져 복합미를 더한다. 육류와 어울리며 추석 음식 중에는 갈비찜이나 고기산적과 즐기면 특히 궁합이 잘 맞는다.

카베르네 소비뇽 – 카베르네 소비뇽은 우리에게 친숙한 레드 와인 품종이다. 칠레산 카베르네 소비뇽이 특히 인기가 높지만, 아르헨티나산도 매력이 넘친다. 칠레산은 신선한 과일향과 매콤한 향신료 향이 특징인 반면, 아르헨티나산에서는 깊은 과일향과 묵직한 질감이 느껴진다. 칠레산이 화사한 스타일이라면 아르헨티나산은 소박하고 정직한 맛을 선사한다. 카베르네 소비뇽 팬이라면 이번 기회에 아르헨티나산을 맛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육류 요리에 곁들이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4. 두르뜨, 뉘메로 엥 화이트 & 레드 세트
두르뜨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와이너리로 보르도 지역에만 3km2가 넘는 포도밭을 보유하고 있다. 1840년 와인 판매로 업계에 발을 들인 이들은 1929년부터 포도밭과 와이너리를 매입하며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90년이 지난 지금은 뛰어난 품질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뉘메로 엥('넘버 원'이라는 뜻)은 이들이 1988년에 처음 시장에 내놓은 와인이다. 두르뜨의 기본급 와인이지만 좋은 밭에서 재배한 건강한 포도만 골라 만들어 보르도 와인의 표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맛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해 누구나 편하게 마실 수 있으며 보르도 입문용으로도 추천할 만한 와인이다.

뉘메로 엥 화이트 – 소비뇽 블랑 100%로 만든 와인이다. 보르도산 소비뇽 블랑은 뉴질랜드 산과 달리 허브향이 강하지 않고, 자몽, 레몬 등 과일향이 상큼하며 꽃향이 우아하다. 신선하면서도 생동감이 넘치고 여운에서는 와인의 산뜻함이 길게 이어진다. 모든 추석 음식과 두루 잘 어울리지만 생선전, 잡채, 나물류와 특히 궁합이 잘 맞는다.

뉘메로 엥 레드 – 메를로 70%에 카베르네 소비뇽 20%와 기타 품종 10%를 블렌드해 만든 와인이다. 진한 루비빛이 매력적이고 체리, 무화과 등 잘 익은 과일향이 풍부하다. 오크통에서 1년간 숙성을 거쳤기 때문에 향미의 조화가 탁월하고 질감도 매끄럽다. 살짝 느껴지는 다크초콜릿과 훈연 향은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산적, 불고기, 동그랑땡에 곁들이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5. 몬테스 알파, 카베르네 소비뇽 & 메를로
'와인은 몰라도 몬테스는 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몬테스는 우리에게 친숙한 칠레 와이너리다. 몬테스는 다양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몬테스 알파'는 칠레가 저렴한 와인뿐만 아니라 프리미엄 와인도 생산할 수 있음을 여실히 증명해 준 와인이다. 이들은 2012년부터 포도밭에 물을 주지 않는 드라이 파밍(Dry Farming)으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이 농법은 포도가 지하수를 찾아 뿌리를 깊게 내림으로써 진정한 테루아의 맛을 품게 하는 방식이다. 와인 생산량은 줄지만 품질이 월등히 좋아지며, 강이나 호수에서 물을 끌어다 쓰지 않음으로써 자연을 지키는 농법이기도 하다. 드라이 파밍을 시작한 지 이제 8년째에 불과하지만 뿌리 깊은 포도가 만드는 응축된 와인 맛은 해를 더할수록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카베르네 소비뇽: 블랙베리, 블랙커런트, 무화과 등 잘 익은 과일향에 후추와 다크초콜릿 등 향신료 향이 은은하다. 한 모금 머금으면 매끄럽고 탄탄한 질감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힘과 우아함을 겸비한 스타일이다. 추석 음식 중에는 소고기 산적이나 갈비찜처럼 육질이 두툼한 음식과 잘 어울린다.

메를로: 부드러운 레드 와인을 선호한다면 바로 이 와인이 딱 맞는 선택이다. 과일향이 풍부하고 타닌이 강하지 않아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자두, 무화과, 블랙베리 등 달콤한 과일향이 많고 후추 등 향신료 향이 생동감을 더한다. 매운맛과 부딪치는 타닌 성분이 적어 매콤한 우리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모든 육류와 두루 잘 어울리지만 불고기나 육전 같은 전류와 즐기면 특히 궁합이 잘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