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건설업자인가 국회의원인가"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3선·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이 가족 명의 건설사를 통해 피감기관으로부터 1000억원대의 공사를 수주했다는 의혹으로 고발됐다. 더불어민주당은 박 의원의 국회 윤리위원회 회부와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이 15일 국회 환노위에 참석하고 있다.

박 의원이 받는 의혹은 국회 국토교통위원으로 6년여간 활동하면서 가족 명의 건설사를 통해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산하기관 등으로부터 1000억원이 넘는 규모의 공사를 수주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지난 18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 등을 분석해 박 의원과 가족이 대주주로 있는 건설사가 최근 5년간 국토부와 서울시 산하 기관 등으로부터 공사 수주, 신기술 사용료 등의 명목으로 1000여억원을 수주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2015년 4월부터 2020년 5월까지 국회 국토교통위원이었다. 피감기관으로부터 공사를 수주한 것은 공직자윤리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진성준 의원실에 따르면 박 의원이 국토교통위원회에서 활동하던 기간 혜영건설은 국토부와 산하기관들로부터 9건의 공사를 수주했다. 파워개발은 9건, 원하종합건설은 7건을 수주했다. 이 회사들은 박 의원이 실질적 오너로 알려졌다. 공사 수주액은 25건에 총 773억1000만원이다.

또 원하코퍼레이션·원하종합건설은 신기술 이용료 명목으로 지난 5년간 국토부·산하기관으로부터 총 371억원을 받았다. 터널을 뚫을 때 무너지지 않도록 천장에 강관을 밀어 넣어 안정성을 확보하는 기술이다. 다만 이들 기업은 박 의원이 국토교통위원으로 활동하기 전인 2010년부터 국토부 등에서 공사를 수주해왔다.

민주당 천준호 의원은 박 의원이 국회의원에 당선 된 후 8년간 박 의원 일가 건설사들이 경기도와 경상북도 등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수주한 공사대금이 487억원 규모라고 분석했다.

앞서 참자유민주연대·시민연대 '함깨'·민생경제연구소는 지난 15일 박 의원의 공사 수주 의혹에 대해 직권남용·부패방지법 위반·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지난 18일 박 의원을 향해 "건설업자인지 국회의원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개인이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국회의원'직'을 수행하는 것인가"라고 했다. 이어 "박 의원은 당장 사퇴하라"며 "이를 방치하고 동조한 국민의힘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가 끝난 뒤 박 의원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박 의원 측은 "(공사 수주에) 영향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며 "의혹을 제기한 언론에 법적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