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지식재산권 무역수지가 적자를 냈다. 전기·전자제품 대기업의 특허 및 실용신안권 지급(수입)이 감소한 가운데 화학제품·의약품 대기업의 상표권 지급이 늘었기 때문이다. 게임회사의 프랜차이즈권 저작권 수취(수출)가 줄어들어 적자폭이 커진 측면도 있다.

한국은행이 18일 발표한 ‘2020년 상반기중 지식재산권 무역수지’에 따르면 상반기 우리나라 지식재산권 무역수지 적자는 전년동기(-8억8000만달러)보다 줄어든 7억5000만달러였다. 규모만 두고 보면 지난 2018년 하반기(-1억달러), 상반기(-5억1000만달러)에 이어 세번째로 작다.

통상적으로 우리나라 지재권 무역은 산업재산권에서는 적자를 내고, 저작권에서는 흑자를 보는 구조다. 반도체,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등 전기·전자제품을 만드는 국내 대기업이 미국 등 선진국의 원천기술을 사용할 때 지불하는 특허 및 실용신안권 수입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지식재산권 무역수지 추이.

상반기 산업재산권 수지는 17억달러 적자로 지난해 상반기(-14억5000만달러)보다 적자폭이 확대됐다. 특허 및 실용신안권 적자는 9억7000만달러로 전년동기(-13억4000만달러)보다 그 규모가 줄었다. 상표 및 프랜차이즈권의 경우 작년(-1000만달러)보다 확대된 7억4000만달러 적자를 냈다.

박동준 한은 경제통계국 국제수지팀 팀장은 "대기업이 전기·전자제품을 만들 때 지불하는 특허 및 실용신안권 지급 규모가 줄었다"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생산이 감소한 영향일 수 있지만 저작권료 지급 시기는 유동적이기 때문에 확답을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같은기간 저작권 수지는 지난해 상반기(7억4000만달러)보다 규모가 확대된 10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연구개발 및 소프트웨어(SW)개발 저작권은 9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문화예술저작권의 경우 사상 첫 흑자(8000만달러)로 돌아섰다.

박 팀장은 "문화예술저작권은 수출은 늘고 수입이 줄어들면서 흑자로 돌아섰다"며 "특정 회사를 지칭할 수는 없지만 국내 광고회사의 해외 영상, 음향 저작권 지급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기관형태별로는 외국인투자 기업을 중심으로 적자를 나타냈다. 외국계 정보통신(IT) 기업은 컴퓨터 프로그램 저작권 지급이 증가하면서 전년동기대비 규모가 확대된 23억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국내 대기업, 중소·중견기업은 각각 5억6000만달러, 10억8000만달러 흑자를 냈다.

나라별로는 대(對)미국 적자가 18억5000만달러로 가장 규모가 컸다. 영국(-4억5000만달러), 일본(-2억2000만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우리가 흑자를 본 나라는 중국(11억9000만달러), 베트남(9억5000만달러) 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