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국무부 고위 간부를 '대만 민주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리덩후이(李登輝) 전 대만 총통의 추모식에 파견한다. 미국 국무부 고위관리가 대만을 찾는 것은 1979년 미국과 대만이 국교를 끊은 이후 41년 만에 처음이다.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대만 중앙통신을 인용해 "키스 크라크 미 국무부 차관이 이끄는 미국 국무부 대표단이 이날 오후 타이베이에 도착해, 2박 3일간 대만을 방문한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달 대만을 찾은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에 이어 대만을 방문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두번째 고위급 인사로, 국무부 인사로선 국교 단절 이후 대만을 찾는 첫 고위관리다.

대만 당국은 "크라크 차관이 이번 방문을 통해 미국과 대만 간 경제 협력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크라크 차관은 현재 국무부에서 경제 협력, 에너지·환경 정책을 총괄한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크라크 차관은 방문 기간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 쑤정창(蘇貞昌) 행정원장 같은 대만 고위 관계자들과 만나 미국과 대만 사이 자유무역협정(FTA)에 관해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메모리얼데이 행사에서 한 행인이 미국과 대만 깃발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다만 미국 국무부는 방문 목적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크라크 차관이 19일 열릴 고(故) 리덩후이 전 총통 추모예배에 참여하고자 대만을 방문한다"고 선을 그었다. 대만을 정식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중국 측 반발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국무부는 크라크 차관이 대만 주재 미국대사관 격인 미국재대만협회(AIT)에서 열리는 대만·미국 고위급 경제 대화 관련 좌담회에 참석할 지 여부에 대해서도 밝히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강력히 반발했다.

마샤오광(馬曉光)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대만 문제는 중국 내정이고, 외부 세력이 여기 간섭하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마 대변인은 또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과 미·중 3개 연합공보 규정을 지켜야 한다"며 "대만과 공식적인 왕래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중국은 크라크 차관 대만 방문을 앞두고 대잠초계기 2대를 대만 방공식별구역까지 침범해 비행하는 도발을 자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