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이 최근 외국계 사모펀드로부터 1조여원의 자금을 유치한 신한지주(055550)에 배당 자제를 주문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이들 사모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으면서 배당성향 강화를 약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신한금융에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경제·금융위기에 대비해 배당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금융당국은 다른 금융지주사에도 배당 자제 등을 통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자본 건전성을 유지해줄 것을 권고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신한금융에 배당 자제를 권고한 것은 최근 신한금융이 외국계 사모펀드를 주주로 영입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금융은 지난 4일 이사회를 열고 1조1582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1주당 2만9600원으로 보통주 3913만주를 새로 발행하고, 제3자 배정으로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6050억원(2044만주),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베어링PEA)가 5532억원(1869만주)을 각각 투자했다.

서울 중구 신한금융지주 본점.

이번 유증으로 어피니티는 4.0%, 베어링PEA는 3.6%의 신한금융 지분을 확보했다. 신한금융은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중간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우려하는 점은 외국계 사모펀드가 주주로 참여하면서 신한금융이 향후 배당을 대폭 늘리는 것이다. 두 사모펀드는 신한금융 이사회 승인을 통해 각각 사외이사 1명씩을 지명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사모펀드 특성상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보다는 주가 부양과 배당 등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어피니티와 베어링PEA은 신한금융에 투자하면서 배당성향 강화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비상시 금융지주사의 배당 자제를 법률로 강제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는 권고 사항이라 금융지주사들이 반드시 지킬 필요는 없다. 앞서 하나금융지주(086790)도 지난 7월 금융당국의 배당자제 권고에도 중간배당을 실행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중앙은행의 권고에 따라 일부 은행들이 배당을 줄이거나 배당을 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 배당 자제 권고가 법적인 강제력을 지닌 것인지 현지 세부 규정을 살피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의 한 관계자는 "단기적인 경제 쇼크와 장기적인 경기 침체 등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자본을 충분히 쌓아두어야 한다"며 "미국에서는 자사주를 매입하고 배당을 늘렸다가 코로나19 사태 때 부메랑을 맞은 기업들이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