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세값 상승률이 5년새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 3법이 통과된 이후로 전통적 비수기로 분류되는 7~8월에도 전셋값 상승폭이 커진 것이 특징이다. 통상 이 기간엔 여름휴가 등으로 전세 계약이 빈번치 않다.

17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전세 누적분으로 통계를 낸 결과, 이 기간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5.9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5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최근 전세시장 특징은 전통적인 비수기로 분류되는 7~8월에도 전셋값 상승폭이 커졌다는 점이다.

이는 전세 매물이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임대차3법에 따른 계약갱신청구권과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인해 재계약 위주로 전세시장이 움직이는 상황에서 사전청약 대기수요까지 가세한 것이 영향을 줬다.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의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되면서 임대인은 4년간 전세금을 시세껏 올릴 수 없다는 생각에 전세 호가를 높이는 데다, 실거주를 해야 세금 혜택을 주는 정책 때문에 집주인이 실거주하겠다는 이들도 늘어난 탓"이라고 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된 것도 영향을 줬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모르는 사람에게 전셋집 보여주기를 꺼리고 결국 재계약 위주로 전세 시장이 재편됐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B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전세집을 보겠다는 사람도, 보여주겠다는 사람도 뜸한 가운데 재계약이 많이 이뤄졌다"고 했다.

전세 매물을 줄어든 반면 전세를 구하려는 이들은 늘었다. 서울 도심에서 2021년 하반기부터 2022년까지 공급되는 사전청약에 당첨되기 위해 무주택자들이 서울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9월부터 11월까지 이어지는 가을 이사 수요를 고려하면 올해 전세가격은 당분간 고공행진이 이어질 것"이라면서 "작년 가을에 기록했던 전세 상승률(1.29%)보다는 상승세가 높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2010년 이후 최근 10년새 가을 시즌(9~11월)의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변동률을 살펴보면 상승률은 1% 이상을 기록했다. 전세가격이 가장 안정됐었던 2018년 가을이 0.64% 올랐다. 반면 입주물량이 줄어 전세시장이 불안했던 2013년과 2015년엔 각각 전셋값이 4.05%, 3.50%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