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범죄자 조두순(68)의 출소일이 8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안산시장이 ‘보호수용법’의 부활 필요성을 제기한 가운데, 해당 법안이 과거에도 법무부가 수차례 추진했지만 반대 여론에 밀려 좌초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처벌 우려와 재범가능성 측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보호수용법 전신인 ‘보호감호제’가 삼청교육대 수용자들에게 악용됐다는 부정적 인식도 한 몫 했다.

2017년 경북 북부교도소 보안과에서 조두순이 CCTV 화면으로 보이고 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보호수용법은 성폭력 범죄자나 연쇄살인범 같은 흉악범들을 출소 후 별도 시설에 격리하는 것이 골자다. 수용 기간 동안 상담 치료나 직업 교육 등을 진행해 교화한 뒤 사회로 복귀시키자는 취지다.

보호수용법이 처음 추진된 것은 2010년으로, 보호수용이란 표현도 이때 등장했다. 당시 법무부는 "법원의 온정적 양형으로 중한 처벌이 사실상 이뤄지지 않는 살인과 강도, 성폭력범죄 등 강력범죄의 상습범에 한해 도입할 필요성이 크다"고 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이후 법무부는 2014년 해당 법안을 다시 추진했고 19대 국회에 정부안으로 제출됐다. 정부안에는 △아동성폭력범 △3회 이상 상승성폭력범 △연쇄살인범 등을 보호수용시설에 최장 10년 격리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이중처벌’ 논란이 불거졌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법무부 장관에게 헌법상 ‘거듭처벌 금지의 원칙’에 반해 보호수용법 제정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호수용의 목적이 수형자의 건전한 사회복귀와 자유의 박탈인데 일반 형벌과 다를게 없다는 점에서다.

특히 보호수용법의 전신인 ‘보호감호제’가 삼청교육대 수용자들에게 적용됐다는 꼬리표도 부정적 인식을 키웠다. 전두환 정권 때인 1980년 12월 국가보위입법회의는 사회보호법을 제정하며, 특정한 죄를 거듭 저지르거나 흉악범에겐 형량 외 별도로 7년 범위에서 보호감호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당시 삼청교육대에 수용됐던 이들이 무더기로 보호감호 처분을 받았다. 보호감호제가 신군부이 계엄령에 근거해 만들어진 삼청교육대를 계엄령 해제 이후에도 합법화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보호수용법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법시험 존치 논란 등 다른 이슈에 밀려 결국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법무부는 2016년에도 한차례 더 보호수용법 입법예고를 했지만, 기획재정부가 보호수용시설 마련 등 예산 문제를 우려하면서 또 다시 흐지부지됐다.

일러스트=정다운

그 이후 조두순 만기 출소일이 가까워지면서 윤화섭 경기 안산시장이 다시 보호수용법에 불을 당겼다. 조두순이 경기 안산시의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 시장은 지난 14일 라디오에 출연해 "조두순의 심리 치료 결과 성적 일탈성이 여전히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특히 미성년자에게 성적 욕구를 느끼는 소아성애 평가에서도 불안정한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무부에 보호수용법 긴급 제정을 요청했다.

법무부는 이미 제출된 보호수용법안만 하더라도 ‘소급 규정’이 없어 조두순에게는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보호수용법이 시행되도 조두순은 해당사항이 없다는 뜻이다.

다만 법조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보호수용법’을 제정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출소한 뒤 특별준수사항을 어겼을 때 검사가 법원에 보호수용을 청구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 경우 조두순이 출소 후 곧바로 보호수용시설에 격리되지는 않지만, 특별준수사항을 조금이라도 어기면 보호수용 처분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생긴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6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법률안을 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