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사진)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은 16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40% 수준으로 낮아 여력이 있으니 팍팍 써도 된다는 것은 무책임한 얘기"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이날 자본시장연구원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제 환경변화와 금융의 역할'을 주제로 연 온라인 컨퍼런스에서 재정건전성 악화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늘린 재정을 어떻게 사용할지가 매우 중요하다"며 "현 상황에서 단기 재정지출 증가는 불가피하지만 공적 영역의 일자리 확대 같은 구조적인 지출을 늘리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재정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의 급속한 고령화를 감안하면 국민연금을 비롯한 현재의 사회보장 제도를 확대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국가채무비율이 오는 2030년이 되면 50%, 2050년이 되면 100%가 된다"며 "어느 정치인이 세금을 올리겠다고 나서겠느냐만, 재정준칙 수립이 시급하고 어느 정도 수준에서 복지와 증세의 타협점을 찾을 것이냐도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국장은 글로벌 유동성 확장으로 전 세계 자산 가격이 크게 치솟았는데, 이후 가격이 급락하는 경착륙 가능성에 유의해야 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시장은 백신이나 치료제가 올 연말 나올 것으로 비중을 두는 분위기"라며 "주식시장 가격이 전망보다 좋다 보니 실물과 금융 간 불일치가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백신 개발이 연말까지 된다면 좋겠지만, 만약 연기된다면 시장이 실망하면서 자산 가격이 크게 조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기업 부도율이 2009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아진 상황"이라"저금리 상황이라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부도율 증가 문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2차 경제 충격이 나타날 경우 중앙은행 역할론에 대한 기대가 한층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신흥국에서도 양적완화(QE)와 같은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고려해야 할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국장은 아시아 국가가 선택할 수 있는 비전통적 통화정책 수단으로 양적완화나 마이너스 금리 정책보다는 '수익률 곡선 제어(YCC)' 정책이 상대적으로 유효할 것으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