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051910)이 결국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배터리 사업을 자회사로 분할한다. 배터리 사업의 투자자금을 확보해 관련 산업을 집중 육성하려는 목적으로, 기업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16일 배터리업계와 금융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17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배터리 사업을 하는 전지사업부를 분사하는 안건을 상정해 의결할 계획이다. LG화학은 분사 뒤 상장(IPO)을 통해 자금을 확보한 뒤 공격적인 설비 및 연구개발(R&D) 투자로 글로벌 1위를 지킨다는 전략이다.

LG화학은 전지사업 부문을 떼어내 LG화학의 자회사로 삼는 물적분할 방식을 택했다. LG화학 기존 주주는 그대로 LG화학 주주로 남는다. 배터리 부문 신설법인의 주식은 받을 수 없다. LG화학 밑에 배터리 부문 신설법인이 100% 자회사(비상장)로 남는 구조의 분할방식이 물적분할이기 때문이다. 만약 인적분할을 실시했다면 분할 비율에 따라 LG화학과 배터리 부문 신설법인 주식을 나눠 받을 수 있었다.

LG화학 배터리 연구원들의 모습.

LG화학은 2~3년 전부터 전지사업부 분할을 꾸준히 검토해왔으나 배터리 사업이 적자를 이어가면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노조의 반대와 코로나로 인한 생산 차질 등 변수가 겹치면서 분사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올해 2분기 전기차 배터리 부문이 처음으로 1555억원의 흑자를 내자 차동석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는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언급하며 분사 가능성을 내비쳤다.

LG화학에 배터리 주문이 몰리자 LG그룹 경영진 역시 배터리 사업의 흑자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분사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량은 150조원 규모로 미국 테슬라와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폴크스바겐·BMW·제너럴모터스(GM)·벤츠·포르쉐·포드 등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LG화학은 이후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은 배터리 생산 설비를 2018년 말 35GWh에서 올해 말 100GWh로 세 배 가까이 끌어올리고, 내년 말 120GWh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미국과 중국, 유럽 등 해외 각국에 공장을 증설해야 한다. 상장 시 신주를 발행하면 10조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시장은 전지사업 분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사업 분할을 통해 LG화학 배터리사업부문의 기업 가치가 50조원 안팎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도 나왔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의 배터리 사업을 분할은 경쟁사와 직접적인 가치 비교를 통한 전사적인 가치 상승이 가능하다"며 "나아가 IPO에 따른 대규모 자금 조달로 재무구조를 안정화 해 경쟁사 대비 투자 여력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