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매출 반토막난 면세업계… 휴무일 늘리고 해외 철수
22일 인천공항 T1면세점 재입찰… 고심하는 업계 "입찰 검토 중"

인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면세점 업계가 휴무일을 늘리고 해외 사업을 철수하는 등 생존에 고심하는 가운데 ‘사상 첫 유찰’이 발생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면세사업권 재입찰일이 엿새 앞으로 다가왔다.

16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조2516억원으로, 전달(1조1130억원) 대비 12.5% 늘었다. 1조원 벽이 무너졌던 지난 4월(9867억원) 이후 꾸준히 반등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 2조원을 넘어섰던 것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에 불과하다.

올 3월부터 6월까지 방한 외국인은 9만70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98% 감소했다. 롯데·신라·신세계 등 국내 면세 빅3의 상반기 합산 영업적자는 2444억원에 이른다.

면세점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인 매장의 영업 시간을 줄이거나 아예 문을 닫는 등 생존을 위한 비용 감축에 몰두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이달부터 영업 정상화 시점까지 시내면세점 운영 시간을 단축하고 서울 코엑스점과 부산점의 휴무일을 일요일과 월요일 주2회로 늘리기로 했다. 양 지점은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연중무휴로 운영했지만, 매출이 급감하면서 지난 4월부터 월요일 주1회 휴무를 결정한 바 있다. 롯데면세점 제주점의 경우 5월 매출이 95%까지 줄면서 6월부터 아예 영업을 중단했다.

신라면세점도 제주공항점과 제주시내점, 김포공항점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또 서울 시내점과 인천공항점은 영업 시간을 단축해 운영 중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5월부터 강남점과 부산점의 영업을 주2회(일·월요일) 쉬고 있다.

해외 사업도 축소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올해 올 상반기 대만 법인을 철수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태국과 인도네시에서도 사업을 접기로 했다. 이로써 롯데면세점의 해외 사업장은 기존 8개국 14개에서 6개국 12개로 줄어든다. 이는 수익성이 부진한 사업장을 정리하고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인천 국제공항 면세점 내 화장품 코너.

이런 상황에 인천국제공항이 지난 14일부터 T1면세점 사업권 재입찰 신청을 받기 시작하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언제 종료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따는 게 '승자의 저주'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과 코로나 상황만 종료되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공항면세점 사업권을 포기하는 것은 너무 소극적인 행보라는 지적이 내부에서 충돌하고 있다.

유찰을 걱정하기는 인천공항도 마찬가지. 인천공항은 또 한 번의 유찰 사태를 막기 위해 사업권 입찰 문턱을 대폭 낮춘 상태다. 각 사업권의 최저 입찰가격(임대료)을 1차 입찰 때보다 30% 인하하기로 했다. 임대료는 정상수요(지난해 월별 여객수요 기준 80% 이상) 회복 전까지 현행 고정 임대료 대신 각 영업장의 매출을 연동해 납부하는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또 여객증감률에 연동해 조정되는 최소보장액 변동 하한(-9%)도 없애고, 계약기간은 5년의 기본계약기간에 더해 평가결과를 충족하는 사업자가 요청하는 경우 추가 5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인천공항은 T1 제4기 면세사업권 신규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 종료일도 기존 15일에서 22일로 일주일 연기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지난 2월 발생한 유찰 사태를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입찰 대상은 △DF2 향수·화장품 △DF3 주류·담배·식품 △DF4 주류·담배·식품 △DF6 패션·기타 △DF8 전 품목 △DF9 전 품목 등 6개 사업권 33개 매장이다.

롯데, 신라,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면세점 사업을 영위하는 대형 유통사들은 이번 재입찰에서 △DF2 향수·화장품 △DF3 주류·담배·식품 △DF4 주류·담배·식품 △DF6 패션·기타 등 4개 사업권에 입찰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 4개사 모두 이번 재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은 정상적인 사업 운영이 어렵더라도 장기적 경쟁력을 고려하면 매출 규모 등에서 세계 최상위권인 인천공항 면세점 입점 기회를 마냥 외면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서다. 특히 롯데와 신라면세점은 이번 입찰에 실패할 경우 인천공항 T1의 모든 매장을 철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해당 업체들은 하나같이 "고심하며 입찰을 검토 중"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시장 상황이 불투명하긴해도 앞으로 최장 10년 동안의 인천공항 사업권을 쉽게 포기하기는 어렵다"며 "말을 아끼고는 있지만, 입찰 가격과 공사 측의 지원 요건 등을 주시하며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