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에서 때늦은 ‘줌(Zoom) 바람’이 불고 있다. 신차 발표와 사업 전략 발표 등에 화상회의 서비스 줌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제품을 살펴보고 오감으로 체험하는 게 중요한 자동차 특성 상, 자동차 업계는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 등은 몰라도 화상회의 서비스의 사용은 꺼려왔다. 하지만 9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되면서 일종의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줌을 쓰는 양상이다.

화상회의 서비스 줌을 통해 올 뉴 투싼의 디자인을 설명하고 있는 이상엽 현대자동차 디자인센터장.

현대자동차는 15일 자사의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싼의 4세대 완전변경 모델인 '올 뉴 투싼(The all-new TUCSON)'을 유튜브를 통해 전세계에 공개했다. 유튜브 영상은 앞서 신형 투싼의 외관과 내관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촬영과 편집은 이미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이후 진행됐던 이상엽 현대자동차 디자인센터장(전무)과의 기자간담회는 줌을 활용한 생방송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됐다. 기자들은 이상엽 전무의 올 뉴 투싼 디자인 설명을 들는 동시에 실시간으로 궁금한 점을 질문했다. 이 전무를 비추던 카메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따라 필요한 부분을 비춰주면서 생동감을 더했다.

앞서 지난 4일 캐딜락도 줌 화상 연결로 기자들과 함께 '캐딜락 글로벌 로드쇼'를 진행했다. 기자간담회에는 미국 현지에서 스티브 키퍼 GM(제너럴모터스) 수석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대표와 브라이언 스미스 캐딜락 디자인 디렉터가 참여해 SUV형태의 전기차 리릭(Lyriq)과 전기차 전략에 대해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스티브 키퍼 GM 수석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장.

자동차 업계는 그동안 제품 출시 및 마케팅 과정에서 줌 등 화상회의 서비스 이용을 기피해왔다.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를 통한 출시는 어쩔 수 없다지만, 실제 제품을 경험해보는 게 중요한 자동차 특성 상 화상회의에 의존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8월 하순 코로나19가 재확산 국면에 접어들면서 분위기가 바뀌게 됐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에 미뤄두었던 제품 출시 행사 등이 9~10월 줄지어 있다시피했는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행사 진행 등이 상당히 꼬이게 됐다"고 말했다. "결국 줌 등을 이용해서 기자회견을 하고 제품을설명하는 게 안하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한 셈"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기자간담회 등 회사 임원과 언론과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판단도 줌 활용이 늘어난 배경이다. 캐딜락 관계자는 "30명이 넘는 기자들이 동시접속했음에도 문제없이 질문하고 답변을 전달받을 수 있었다"며 "이전에 다른 플랫폼을 이용해 진행했던 온라인 컨퍼런스의 경우 영상이 아닌 사진과 목소리만 전달돼서 생동감이 떨어졌으나 줌을 통해 실시간 영상으로 소통하면서 저번 행사보다 호평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줌 활용도 최근 늘어나고 있다. 지난 5월 메르세데스-벤츠는 전 세계 9명의 벤츠 이용고객과 전문가가 동시에 방송을 진행하는 '콘쿠르 드 줌(Concour de Zoom)' 행사를 선보였다. 이는 벤츠의 첫 가상 자동차 쇼케이스로 이들 9명에게는 AMG GT C 로드스터와 GLS 550부터 희귀 모델인 1956년식 300SL까지 주어졌으며 각 차에 대해 설명과 소감을 전했다. BMW는 지난 4월 인도네시아에서 줌을 통해 신형 35주년 기념 M5 에디션을 최초 공개했다.

지난 5월 메르세데스-벤츠가 전세계 벤츠 전문가 9명과 줌을 활용해 진행한 '콘쿠르 드 줌' 행사.

다만 과도하게 트래픽이 몰릴 때 접속장애가 생기거나, 차를 직접 만져보거나 주행해보기 어렵다는 점 등 어쩔 수 없는 화상 마케팅의 한계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자동차업계에서는 코로나 종식이 선언되기 전까지는 줌을 활용하는 언택트 마케팅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는 안전성이 생명인데, 코로나 상황에서 신제품 런칭을 위한 모임 등을 강행했다가 받을 수 있는 이미지 타격이 너무 커서 다들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