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평균 120명이 병원에서 코로나 감염
美 전역 병원서 마스크, 페이스 커버 부족
"마스크만 제대로 써도 감염 거의 없다"

10일(현지 시각) 미국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있다.

미국에서 '병원 내 코로나 감염'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과 재확산이 반복되는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1차적으로 병원 내 의료 종사자들의 의료 장비 부족 사태부터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5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로부터 입수해 보도한 연방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 14일부터 7월 14일까지 미국 전역에 위치한 병원 절반 가량에서 하루 평균 120명의 코로나 신규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해당 병원들은 하루 평균 2만5900여명의 코로나 환자를 상대했다. 이들 중 일부가 의료진에게 바이러스를 옮기고, 또다시 병원 이용자나 다른 의료진에게도 연쇄적으로 전파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당 기간 이후에는 정부의 데이터 수집 시스템 변경으로 인해 추가 조사가 불가능했다고 WSJ은 전했다.

CDC는 조사가 이뤄진 9주 동안 다른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방문했다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7400여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특히 병원 직원들 간 감염은 추적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제로는 병원 내 감염 경로가 더욱 촘촘하고 병원 밖으로도 광범위하게 확산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마스크만 제대로 썼어도…" 보호 장비 부족 호소 잇따라

학계에서는 이번 사태의 단초를 '보호장비 부족'으로 보고 있다. 환자들과 끊임없이 접촉하면서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의료 종사자들이 기본적인 장비조차 제공받지 못한 채 강력한 '바이러스 매개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WSJ은 "병원 내 감염은 전국 병원들이 감염관리를 어떻게 했는지 실상을 보여주는 광범위한 렌즈"라고 했다.

브라운대학 애쉬시 자 공중보건학장은 "이 수치는 병원들이 바이러스 자체 확산에 대항할 능력이 부족해 계속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뜻"이라며 "수백 개의 병원들이 코로나 확산을 예방할 보호 장비가 부족하다는 호소를 계속해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방정부가 병원 내 신규 코로나 확산에 대한 제대로 된 모니터링을 재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 보건복지부는 7월 말부터 병원 내 발병 건수 수집 시스템을 변경했다. 이에 따라 병원들은 병원 내 코로나 감염자 수를 매일 복지부에 보고했지만, 이 집계에는 수일 간 입원 중인 사람이 중복적으로 집계될 뿐 아니라 외부에서 감염된 사람과 병원 내부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된 사람이 뒤섞여 정확한 통계가 불가능하게 됐다고 WSJ은 지적했다.

보스턴 최대 규모의 병원인 브리검 앤 위민스 병원 역학조사관 메건 베이커는 최근 미 의학협회 저널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병원에 방문하는 모든 환자와 의료진에게 마스크 또는 페이스 커버를 착용하게 하는 등 적극적인 감염관리 전략을 쓴 결과, 9000명 이상의 환자 중 단 2명만이 코로나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베이커는 이어 "병원 내 감염 확산으로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조차 코로나에 감염될 것을 우려해 병원을 피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이것은 공중보건에 더 큰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병원 내 마스크 등 장비 공급이 시급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WSJ은 미 전역의 병원에서 보호 장비가 부족해 병원 차원에서 마스크나 페이스 커버를 자체적으로 만들거나 기존의 보호 장비를 재사용하는 경우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