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한화·미래에셋 등 금융 계열사를 가진 6곳의 대기업이 이달말부터 지배구조, 자본적정성, 내부거래, 대주주와의 거래 내역 등 25개 항목을 공시한다. 대기업 일부 계열사의 부실이 금융계열사와 그룹 전체로 전이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취지인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된 기업 심리가 더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그룹의 감독에 관한 모범규준’에 따라 금융그룹 공시가 이달말부터 실시된다고 16일 밝혔다. 금융그룹 감독제도는 여수신·보험·금융투자업 등 2개 이상 업종을 영위하는 금융그룹의 위험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도입됐다. 삼성·한화·미래에셋·교보·현대차·DB 등 금융자산 5조원 이상인 6개 금융그룹이 대상이다.

금융위는 당초 지난 6월 첫 공시를 시작하려고 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기업들의 의견에 따라 공시 시기를 연기했다.

이번에 통합공시되는 내역은 소유·지배구조, 내부통제 체계, 위험관리 체계, 자본 적정성, 내부거래, 대주주 출자·신용공여 등 8개 부문·25개 항목이다. 금융그룹 감독 대상 기업은 금융그룹 대표회사를 선정하고 계열사별 산재했던 공시사항을 통합해 투자자들이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형태로 제공한다.

개별 회사들은 현재도 계열사 간 거래 내역 등을 공시하고 있지만, 그 내용이 흩어져 있어 그룹 차원의 위험을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통합공시를 하면 대주주와의 거래, 지분 구조, 자산 위탁, 신용공여 출자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금융계열사 간 내부거래나 금융계열사-비금융계열사 간 임원겸직 현황 등도 새롭게 공개된다.

기업별로 삼성은 삼성생명, 미래에셋은 미래에셋대우, 한화는 한화생명, 현대차는 현대캐피탈, 교보는 교보생명, DB는 DB손해보험이 금융그룹 대표회사로 선정됐다.

금융그룹 통합공시는 정부가 2018년부터 국정과제로 추진해온 ‘금융그룹감독 제도’ 개선 방안의 일환이다. 금융당국은 금융자산 5조원 이상이면서 여수신·보험·금융투자업 중 2개 이상 업종을 영위하는 복합금융그룹 가운데 감독할 실익이 있다고 판단한 금융그룹을 감독 대상으로 지정한다. 금융위는 ‘금융그룹의 감독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지난 6~7월 입법예고하는 등 모범규준 형태로 진행돼온 제도를 법제화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기업들이 코로나19 사태로 허덕이는 상황에서 금융위가 금융그룹 통합 공시제도를 강행하자 재계에서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기업들의 고충이 심화되는 상황인데 금융그룹 통합 공시를 강행하고 법제화까지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금융그룹 감독을 빌미로 정부가 대기업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겠다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