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도덕적 행태, 비난 소지 충분하지만
'비자 발급 이행·승인' 佛 공무원,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 아냐

추미애 법무장관이 더불어민주당 대표시절 딸의 프랑스 유학비자를 빨리 내달라고 외교부를 통해 청탁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적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족의 사적인 일에 보좌관을 동원한 것은 비도덕적 행태로 비난받을 소지가 충분하지만,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프랑스 공무원들이라는 점에서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 출석,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보좌관을 통한 추 장관의 청탁이 실제 비자발급에 영향을 미쳐 실행됐느냐 여부와 상관없이 청탁금지법 제5조(부정청탁의 금지) 적용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추 장관측이 국회 파견 외교부 직원을 통해 비자 발급을 빨리 해달라고 요청하고 외교부가 주프랑스한국대사관측에 연락을 했다 하더라도, 대사관측에서 비자발급을 최종 승인하는 쪽은 프랑스 국적의 프랑스 공무원들로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다.

청탁금지법 제5조는 ‘누구든지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등에게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부정청탁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명한다. 여기서 ‘공직자’란 지방공무원법과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공무원으로 인정된 사람을 뜻한다.

비자발급 청탁은 제5조 1항(인가·허가·면허·특허·승인·검사·검정·시험·인증·확인 등 직무 관련자로부터 신청 받아 처리하는 직무에 대해 법령을 위반해 처리하도록 하는 행위)에 해당되는데, 승인 권한이 있는 최종 행위자가 프랑스 공무원들이라는 점에서 청탁금지법 위반 적용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앞서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는 지난 9일 자녀의 통역병 선발 및 비자발급을 부정하게 청탁한 의혹이 있다며 추 장관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추 장관 딸은 비자를 발급받아 프랑스 현지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2017년 가을 해당 보좌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비자 발급 관련 일반적 안내만 했고 별도 조치는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한 입법전문가는 "외국 공무원이 수행한 업무는 기본적으로 우리 법 규율 대상이 아니다"라며 "설령 청탁을 받았다 하더라도 비자사증 발급 업무는 최종적으로 외국 공무원 업무라는 점에서 규율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딸과 달리 카투사(KATUSA) 출신인 아들 서모씨의 군 복무 특혜 의혹과 관련해서는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충분하다는게 법조계 대다수의 시각이다.

청탁금지법 제5조 1항 11호는 부대 배속, 보직 부여 등 병역 관련 업무에 관해 법령을 위반해 처리하도록 하는 행위를 부정청탁 중 하나로 규정한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실은 예비역 대령 이철원씨 증언을 토대로 전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이 평창동계올림픽 통역병 선발 관련 청탁성 문의를 하고, 서씨 자대를 의정부에서 용산으로 옮겨달라고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청탁이 성공했느냐 여부와 상관없이 청탁 자체를 처벌하는게 청탁금지법"이라며 "다만 아들 관련 청탁과 달리 딸 비자발급 의혹은 부정청탁 대상이 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