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사업모델은 사기" 보고서에 주가 36% 급락
공매도 전문 투자자로 유명한 '힌덴버그 리서치' 작성
로빈후드 개미들 관심주 中 규모 작고 급등한 종목 타깃
순기능도…실제 회계부정 밝혀내 SEC 조사 이끌기도

미국 자동차 대기업 제너럴모터스(GM)와의 협업 소식에 주가가 40% 넘게 올랐던 수소차 스타트업 니콜라(Nikola)가 사흘 만에 36% 급락했다. "이 정도 규모의 상장기업에서 이런 수준의 사기를 본 적이 없다"는 한 리서치회사의 리포트가 발단이 됐다.

10일(현지시각) 포렌식 금융분석 회사를 자처한 '힌덴버그 리서치(Hindenburg Research)'는 홈페이지에 올린 리포트에서 니콜라 설립자 트레버 밀턴이 사업에 대해 광범위한 거짓말을 했음을 입증하는 녹취, 문자메시지, 개인이메일, 사진 등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회사 측은 니콜라가 2016년 출시한 수소 연료전지 세미트럭 '니콜라 원'의 고속도로 주행영상을 실제 능력보다 과장되어 보이도록 촬영했다고 폭로했다. 마치 빠르게 달릴 수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트럭을 언덕 꼭대기로 견인한 뒤 아래로 굴러가는 장면을 찍었다는 것이다.

니콜라의 사업모델이 성공하려면 값싼 수소가 확보되어야 하고, 밀턴은 수차례 인터뷰에서 "수소 생산비용을 경쟁사보다 81% 줄였다"고 말했으나, 니콜라가 실제 수소를 생산하거나 비용을 절감한 적도 없다고도 했다.

이외에 ▲밀턴이 주택 건설업에 종사한 동생을 주요 보직인 '수소 생산 및 인프라' 총괄에 임명했고 ▲본사 지붕에 3.5메가와트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에너지를 생산한다고 했으나 항공사진에 따르면 존재하지 않았고 ▲핵심 부품을 사내에서 설계한다고 했으나 3자로부터 구입하고 있다는 주장도 했다.

니콜라의 니콜라 원.

GM이 니콜라와 협업을 하기로 한 것은 끝없는 테슬라 랠리에 압박감을 느꼈기 때문이며, 이번 협업으로 GM이 니콜라로부터 어떤 기술을 얻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회사 측은 명확하게 답변하지 못했다고 폭로했다. 단지 브랜드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니콜라를 선택한 것이지 특정 기술을 제공하거나 받으려는 기대가 없었다는 것이다.

니콜라 측은 힌덴버그 리서치의 주장을 반박하는 보고서를 조만간 내놓을 것이며, 법적 소송을 예고했지만 주가 하락은 멈추지 않았다. GM은 "우리는 (니콜라와) 함께 일하면서 창출할 가치에 대해 전적으로 확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힌덴버그 리서치, ‘전문 숏셀러’로 악명 높아

힌덴버그 리서치가 회사 내부 관계자의 발언과 자료를 토대로 의혹을 제기했고, 회사 측이 180도 다른 입장인 만큼 진위 여부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정부 기관의 조사로 밝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회사가 '리서치 회사'를 표방하고 있지만 전문적인 숏셀러(Shortseller)라는 점에서 주가 하락을 목적으로 매도 보고서를 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숏셀러란 주식 매도로 돈을 버는 투자자들을 말한다. 주식 값이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 미리 브로커로부터 주식을 끌어다가 비싼 값에 판 뒤 이후 주가가 큰폭으로 내리면 같은 주식을 갚는 방법으로 수익을 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힌덴버그 리서치는 올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 숏셀러다. 상반기에 15건의 종목에 '매도' 의견을 냈다. 홍콩에 상장된 중국 기업 '중국 메탈 자원(China Metal Resources)'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의 회계 관행이 의심스러우며 회사 측이 주가 조작에 관여했다고 주장한 이후 주가가 84% 하락했다.

▲미국 애니메이션 방송채널인 지니어스 브랜드(Genius Brand) ▲캐나다 제약회사 파마씨엘로(Pharmacielo) ▲중국 전기자동차(EV) 및 핀테크 기업인 아이디어노믹스(Ideanomics) ▲미국 비즈니스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사 J2글로벌 ▲미국 제약사 쏘렌토 테라퓨틱스(Sorrento Therapeutics) 등도 타깃이 돼 주가가 급락했다.

◇ 숏셀러가 노린 종목은…중소기업·주가 최근 급상승

힌덴버그 리서치가 기업에 매도 의견을 내기 시작한 건 2017년부터이지만, 올 들어 리포트 작성 수가 급격히 늘었다. 로빈후드 같은 무료 주식거래 앱이 인기를 끌며 개인 투자자들이 늘어나자 이들이 관심을 갖는 종목을 중심으로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 담긴 매도 의견을 냈다. 이른바 역(逆) 로빈후드 투자법이다.

예컨대 중국 기업 아이디어노믹스(Ideanomics)에 대해선 "중국 칭다오에 전기자동차 판매 센터를 열었다고 사진을 공개했는데 2018년 중국 매체에 나온 사진을 포토샵으로 다듬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회사 측은 부인했지만 나스닥에서 38센트에서 3달러까지 올랐던 주가는 리포트 이후 반토막 났다.

힌덴버그 리서치가 매도 의견을 내는 종목은 ▲대기업에 비해 비교적 주가 수준이 낮고 거래량이 많지 않은 중소기업이며 ▲뚜렷한 호재가 없거나 확실하지 않은 소문을 근거로 최근 주가가 기업이 보유한 자산이나 실적 대비 급등한 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즉 자신들의 리포트가 주식 거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종목만 골라 매도 의견을 낸다는 것이다. 힌덴부르크 리서치의 네이트 앤더스 설립자는 "2020년은 그 어느때보다 많은 (투자)기회가 있었다"고 말했다.

◇ 숏셀러가 中기업 회계부정 잡아내기도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공매도가 금융시장을 교란한다며 숏셀러들의 투자 행위를 비판했지만, 부작용만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숏셀러가 매도 보고서를 낸다고 모든 주식이 하락한 것도 아니고, 이들이 실제 기업의 회계부정을 적발해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를 촉발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미국 나스닥에서 상장폐지된 중국 루이싱커피는 유명 숏셀러가 1월 트위터에 회계부정 의혹을 제기하면서 SEC가 조사를 시작했고, 실제 행위가 발각됐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방과후 교육 기업 GSX도 숏셀러를 중심으로 매출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돼 2일 SEC가 조사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