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를 단행하면서 올해 중국 굴삭기 판매량이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국내 건설기계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 현대건설기계도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14일 중국건설기계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굴삭기 판매는 1만8076대로, 2019년 8월보다 56% 증가했다. 국내 건설기계 1·2위 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 판매량은 79%, 현대건설기계는 48%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여름은 더위와 장마로 건설공사 비수기로 꼽히지만, 인프라 투자 증가와 홍수 피해 복구가 맞물려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현대건설기계가 최근 출시한 30톤급 A시리즈 굴삭기 모습.

중국 굴삭기 시장은 지난 1~2월 코로나19 여파로 크게 쪼그라들었지만, 3월부터 ‘V자 반등’을 보였다. 올 1~8월 중국 굴삭기 시장 전체 판매량은 19만222대로 2018년 연간 판매량(18만4190대)을 뛰어넘었다.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 판매량(20만9000대)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9~10월 중 지난해 판매량을 갈아치울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굴삭기 시장은 3년 연속 ‘최대 판매량’을 기록하는 셈이 된다.

건설기계 업계에서는 올해 코로나19가 전화위복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올해 굴삭기 시장 성장률이 꺾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으나, 중국 정부가 코로나19로 경기가 악화되자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건설장비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타오보 중은국제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위축된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를 단행하고, 부동산 투자가 늘어나면서 굴삭기 업종의 호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불황도 호황, 호황은 더 호황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는 올해 중국 시장 전망을 잇달아 올려잡고 있다. 현대건설기계는 당초 중국 전체 굴삭기 판매량을 21만대로 예상했으나 현재는 24만대로 상향 조정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 굴삭기 시장 전망을 24만대로, 중국 로컬업체들은 26만대로 올려 잡았다.

현대건설기계 측은 "중국의 경우 인프라 투자가 하반기에 몰려 있고, 홍수 피해 복구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라서 내년까지도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도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과 내년도 환경규제 강화로 꾸준한 수요가 기대된다고 봤다.

증권업계에서도 국내 건설기계업체들의 중국 판매량이 얼마나 늘어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중국 시장 호조세가 지속되면 부진한 북미, 인도 시장 실적을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분기 현대건설기계의 영업이익은 420억원으로, 증권사들의 전망치를 2배가량 웃돌았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기계의 2분기 깜짝실적은 중국이 견인한 것"이라며 "하반기 유럽, 미국, 신흥시장 모두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영업이익 감소 폭도 줄여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