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부터 위챗 금지… 최악의 경우 10월 출시 '아이폰12'서부터 중국서 빠져
현지서 11억명이 쓰는 '수퍼 앱', 애플로서는 3000만대 규모 中 시장 잃을 위협
아이폰12에 삼성 5200만대, LG 1800만대 규모 패널 공급… 피해 예의주시

오는 15일 미국의 화웨이 추가 제재 발효가 임박한 가운데 중국 국민 앱 ‘위챗(중국명 웨이신)’ 발(發) 후폭풍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디스플레이 업계 고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위챗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금지 효력은 행정명령이 발효된 후 45일부터 시작된다. 그게 오는 20일이다.

행정명령 범위가 추상적이기 때문에 발효 시 애플이 미국 내 앱스토어에서만 위챗을 삭제하면 되는지, 글로벌 앱스토어에서 삭제해야 하는지는 분명하지 않은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10월 출시되는 애플의 전략 스마트폰 ‘아이폰12’ 시리즈부터 글로벌 앱스토어에서 위챗을 삭제해야 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2011년 1월 출시된 위챗은 전 세계 월평균 사용자 수가 12억명을 돌파했고, 이 중 11억명이 중국 현지 이용자다. 메신저 외에도 간편결제, 쇼핑, 택시 호출, 공과금 지불 등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괴물 플랫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위챗 없는 아이폰’이 중국 시장에서 팔리기 어려운 이유다. 스마트폰만 놓고 봤을 때 중국은 아이폰 전체 출하량 가운데 15%를 담당하는 핵심 시장 중 한곳이다. 현재 아이폰 패널 공급사는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두곳이다.

그래픽=정다운

14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 스마트폰 패널 공급사인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034220)는 위챗 발 손익 규모를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글로벌 앱스토어에서 위챗을 삭제해야 할 경우 연간 3000만대 아이폰을 판매하는 애플의 중국시장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연쇄적으로 삼성·LG디스플레이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현재 중국 최대 패널업체 BOE가 패널 테스트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올해 납품 가능성은 작고, 하더라도 200만~300만대 정도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게 업계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5.4인치, 6.1인치, 6.7인치 세 가지 크기, 네 가지 모델로 나오게 될 아이폰12 시리즈는 총 7000만대 안팎으로 출하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터치 일체형 패널인 5.4인치, 6.7인치 모델 2500만대 정도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가 100% 공급하고, 가장 대중화된 6.1인치 2개 모델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나눠서 공급할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 생산여력을 고려하면 1800만대 정도가 최대치라는 게 업계 공통된 의견이어서 삼성디스플레이가 나머지 2700만대가량을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위챗은 단순히 메신저뿐 아니라 A부터 Z까지를 모두 할 수 있는 ‘수퍼 앱’인 만큼 현지에서 위챗 앱을 빼야할 경우 소비자들은 아이폰을 택할지, 위챗을 택할지 기로에 놓이게 된다"며 "중국 소비자들이 주로 대중모델을 구입하는 만큼 삼성·LG디스플레이 타격은 엇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예상했다.

애플 전문가로 알려진 궈밍치 홍콩 트렌드포스 인터내셔널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전 세계 앱스토어에서 위챗이 삭제되는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애플 스마트폰 판매량은 25~30%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며 현지 분위기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의 최근 온라인 설문에 따르면 20만명의 응답자 중 95%는 ‘위챗을 쓰지 못하면 아이폰 대신 다른 스마트폰을 쓰겠다’고 답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만약 미국이 위챗을 금지한다면, 우리도 애플 스마트폰을 쓰지 않을 수 있다"며 정부 차원의 불매운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기현 스톤파트너스 이사는 "화웨이 제재의 경우 삼성·LG디스플레이의 납품 물량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데다 이를 대체해 납품할 수 있는 중국 스마트폰 회사들이 있지만, 애플의 3000만대 규모 중국 시장은 대체할 시장이 없는 게 우려스런 대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