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정부가 ‘국민참여형 뉴딜펀드’ 조성안을 발표한 이후 증권업계에서 ‘뉴딜’ 관련 보고서(리포트)가 쏟아지고 있다. 보고서를 작성하는 증권사 연구원(애널리스트)들은 ‘뉴딜펀드’와 ‘뉴딜’, ‘그린뉴딜’, ‘뉴딜지수’를 핵심 단어로 삼아 수혜주 보고서는 물론,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보고서도 내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 등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뉴딜’과 관련된 증권사 보고서는 총 450여개가 쏟아졌다. ‘국민참여형 뉴딜펀드’가 지난 3일 본격 발표되자 증권가가 모두 뉴딜펀드를 주목하고 나선 것이다. 뉴딜펀드는 지난달 말부터 문재인 정부가 시동을 걸고 있는 ‘한국판 뉴딜’ 사업에 투입할 원금보장 성격의 정부주도 펀드로, 2025년까지 총 20조원 규모로 진행된다.

조선DB

증권사 보고서 중 뉴딜펀드·뉴딜사업과 관련된 수혜주 보고서가 인기가 많다. 수혜주 관련 보고서만 60여개 였다. 증권사 연구원들은 제목에 ‘뉴딜’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면서 투자자의 관심을 끌었다. ‘[카카오]뉴딜에서 빛나다’(하나금융투자, 황승택 연구원), ‘[한화] 그린 뉴딜 핵심 그룹 부각’(대신증권, 양지환 연구원), ‘[LS ELECTRIC] 그린뉴딜 정책 수혜’(하이투자증권, 이상헌 연구원)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뉴딜펀드 관련 일간 투자전략·이슈·계량분석 관련 보고서도 250여개에 달한다.

이에 한 증권사 연구원은 "지난 3일 정부가 뉴딜펀드를 발표한 이후 투자자 관심은 온통 뉴딜펀드 수혜주가 몰려있는 만큼, 증권사에서도 발빠른 보고서를 내고 있다"라며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뉴딜펀드 관련 수혜주·투자전략뿐만 아니라 뉴딜펀드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증권사 보고서도 시장과 투자자의 주목을 받았다. 대표적으로 홍콩계 증권사인 CLSA의 폴 최(Paul Choi) 리서치센터장이 지난 7일 발간한 "문재인 대통령, 펀드매니저로 데뷔하다(Moon’s Debut as a fund manager)" 제목의 보고서가 큰 반응을 불러왔다.

최 센터장은 이런 제목의 영문 보고서를 내고 문 정부의 뉴딜펀드 조성을 비판했다. 그는 보고서에서 문 정부가 시중에 풀린 풍부한 유동성을 부동산 시장에서 주식시장 등 생산성이 높은 시장으로 옮겨 부동산 가격을 낮추고 국민들에게 투자 이익을 제공해 표를 얻고자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뉴딜펀드 조성으로) 문 정부가 큰 거품(big bubble)의 선봉장에 섰지만 모두 어떻게 거품이 끝날지 안다" "정부 지원 없이도 시장에서 불붙은 BBIG(배터리·바이오· 인터넷·게임) 성장주 열광에 정부가 나서서 기름을 붓고 있다"는 직접적인 표현도 썼다.

국내 증권사에서도 지난 4일 뉴딜펀드에 회의적인 보고서가 나온 바 있다. 한 증권사는 정부가 내놓은 국민 참여형 뉴딜펀드로 금융사들의 부담이 가중됐다는 보고서를 최근 발간했다. 보고서는 "금번 뉴딜펀드까지 그동안 매번 각종 정책들에 은행들이 활용되면서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은행 주주들의 피로감은 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