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점포 정리에 인력 구조조정 본격화
롯데쇼핑 1070명, GS리테일 1634명 감원

유통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쇼핑, 신세계, 이마트, 현대백화점, GS리테일, BGF리테일, 코리아세븐, 호텔신라 등 유통업체 8곳에서 올 상반기(1~6월) 총 3299명의 임직원을 줄인 것으로 조사됐다. 기간제 직원 및 아르바이트 등을 포함하면 더 많은 인력이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쇼핑의 성장이 가속화되자, 롯데마트 중계점은 점포 안에 온라인 주문상품 전용 집하장을 마련해 대응에 나섰다.

롯데쇼핑(023530)은 올 상반기 기간제 인력을 포함해 임직원 1070명을 감축했다.
백화점은 135명, 할인점(마트)은 228명이 줄었고, 슈퍼·헬스앤뷰티(H&B) 스토어 롭스·이커머스 사업부가 포함된 기타 사업부문에서 707명의 임직원이 줄었다. 아르바이트 인력도 지난해 말 1946명에서 6월 말 811명으로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감원이 발생한 이유는 롯데쇼핑이 올해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점포 구조조정 때문이다. 롯데쇼핑은 상반기에만 슈퍼마켓 48곳을 폐점하고, 롯데마트 양주점과 VIC신영통점(창고형 할인점)을 닫았다. 8월 말 기준 문을 닫은 점포는 총 68개로, 이로 인해 600여명이 퇴사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평소에도 자연 퇴사율이 3% 수준으로, 430여명은 계약 만료 등으로 회사를 떠난 자연 퇴사자"라며 "점포를 폐점하더라도 인근 매장으로 재배치를 하는 등 인력 구조조정을 최소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139480)와 이마트에브리데이 등에서 인력이 276명 줄었다. 기간제 인력은 포함하지 않은 수치로, 상반기 잡화점 삐에로마트와 H&B스토어 부츠 등 비효율 사업을 중단한 영향이 컸다. 백화점은 8명이 줄어든 데 그쳤다. 현대백화점(069960)은 69명을 감원했다.

호텔신라(008770)는 올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호텔과 면세 사업이 부진함에 따라 137명을 감원했다. 이중 기간제 인력은 132명이었다.

표=이민경

GS리테일(007070)은 1634명을 감원해 조사 업체 중 감원 수가 가장 많았다. 슈퍼마켓과 H&B스토어 랄라블라에서 각각 855명, 576명이 줄었다. 회사 관계자는 "점포를 정리한 건 아니다"라며 "슈퍼와 랄라블라는 자연 퇴사 및 순환 근무가 많은 업종인데, 올해는 코로나 영향으로 경영 여건이 어려워져 퇴사 후 신규 채용을 하지 못해 감원이 많이 발생했다"고 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282330)과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도 각각 106명, 264명을 감원했다. 정규직 인력은 늘어난 반면, 기간제 인력은 크게 줄었다.

하반기에도 유통업계의 인력 감축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재확산이 반복되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된 데다, 오프라인 점포를 찾는 고객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7월까지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매출은 6달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추석 대목을 앞둔 9월 들어서도 정부의 거리두기 강화 지침으로 주요 백화점의 매출이 20~30대가 감소하는 등 맥을 못 추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쇼핑은 올 연말까지 100여개 점포를 정리하는 것을 목표로 점포 구조조정을 이어갈 방침이다. 2017년부터 실적 부진을 이어온 롯데쇼핑은 국내에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 2월 "3~5년 내 전체 오프라인 점포의 30%인 200개 점포를 정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신, 그룹 통합 온라인 쇼핑 앱인 롯데온을 키우는 데 주력한다. 하지만 이커머스 사업부 인력은 이미 작년과 재작년에 상당수가 충원됐기 때문에, 올해는 눈에 띄는 인력 충원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년 간 실적 부진에 시달린 홈플러스도 점포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전국에서 가장 매출이 높은 안산점의 매각을 발표했으며, 역시 상위 점포인 둔산점과 대구점도 매각을 추진 중이다.

지난 8월 코로나 확진자 발생으로 휴점한 대전의 한 백화점.

다만, 다음 달 신세계 그룹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안성점을 시작으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남양주점(11월), 현대백화점 여의도점(내년 1월) 등 대형 점포의 신규 출점이 예정되어 있어, 대규모 고용이 기대되고 있다. 스타필드 안성점의 경우 3000명 이상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사들의 실적 부진은 주요 입점사인 패션, 화장품 업계의 고용 부진으로 번지고 있다. 올 상반기 아모레퍼시픽(-94명), 삼성물산 패션부문(-46명), LF(-38명), 한섬(-32명) 등이 임직원을 두 자릿수 이상 감원했다.

반면, 온라인 쇼핑 수요 증가로 성장세를 보이는 이커머스 업계는 고용을 늘리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쿠팡은 2~6월 사이 1만2124명을 채용했다. 배송직원이 5000여명, 물류센터 직원이 7000여명 늘었다.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와 11번가도 올해 개발 직군의 인력을 각각 100여 명가량 충원할 방침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여파로 소비 활동이 위축되고, 소비 채널이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전통 소매업체들이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의 점포 및 인력 정리는 계속될 것"이라며 "온라인 쇼핑이 부상하고 있긴 하지만, 성장이 불확실한 상황이라 당분간 큰 투자나 고용 확대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